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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Jan 26. 2021

[상담] 남은 돈 어떻게 할까요?

전혀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남은 돈이 있습니다!

현재는 국내 주식 / 해외주식 (3:7 정도로) 전체 잔고의 한 4분의 1이 여기 들어가 있고,

나머지 4분의 3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하는데요… ㅋㅋㅋ

잘 쓰기 위한 재테크 책을 보고 펀드를 넣어볼까 해요. 이쯤 드는 3가지 문의사항입니다.

1. (약간의) 목돈이 있는 경우에도, 거치식보단 적립식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지.

2. 펀드 - 주식 - 예적금으로 포트폴리오(? 랄꺼까진 아니지만) 구축하는 건 요새 같은 시기에 영 바보 같은 짓인지

3. 앞으로 생길 수익을 적립식 펀드에 넣는 게 좋을지, 적금을 끼는 게 좋을지 문의드립니다…

참고로 짧지만 주식을 하면서 한 20%의 마이너스까지는 견디겠더라고요… ㅋㅋ

지금 남은 돈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쉬워서 답답한 맘에 유일하게 추종하고 있는 서적의 저자님께… 문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후배이기에 어떻게 대답 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늘 말씀드렸듯이 저는 경제 전문가가 아닙니다. 게다가 재산을 불리는 재테크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죠. 그렇다고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가 알아서 하려무'나 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죠.'오죽하면'과 '이 정도도'입니다. '오죽하면'의 의미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나한테까지 물어볼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후배는 저의 실생활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재산 불리기 투자방법은 제가 잘 알려주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두 번째 이유인 '이 정도도'의 의미는 이렇게까지 부탁했는데 책까지 썼다는 사람이 '이 정도도'의견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심한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제 이야기가 모두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시작해 보렵니다. 후배에게 드리는 공개 답장입니다.


카톡을 받고 무척이나 당황했지.

그때 나는 운전 중이었는데 그저 그런 카톡이려니 했어. 신호대기 중에 아무 생각 없이 메시지를 봤어. 그리고 경악했지. 내가 보낸 답변은 '헉'. 지금도 여전히 나의 마음 상태는 같아. 내가 주식투자로 억대의 자산을 불리고, 부동산 투자로 여러 채의 부동산을 굴리고, 펀드나 채권 등으로 수십수백 배의 수익률을 올린다면 잘난 척을 감추지 못하고 떠벌리겠지만 난 평범한 월급쟁이잖니. 그런데 이런 질문을 받으니 당황했지. 고민을 하다가 답을 해보기로 했어. 내 답을 전문가가 본다면 100점을 줄리는 당연히 없고,  낙제점 정도가 아니라 독약을 권하는 돌팔이 의사의 처방전 처럼 보일수도 있을 거야.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빨간약을 먹을지, 파란 약을 먹을지 정해야 하는 것은 선택권을 쥔 자의 운명이려니 생각해. 비겁하지만 슬쩍 리스크를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노회 한 사람의 수법이라 욕해도 어쩔 수 없어. 진짜, 인생은 스스로 결정해야 하잖아. 그리고 늘 내가 주장했던 것도 스스로의 판단과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라는 거였으니까.


일단 질문의 순서를 바꿔야 될 거 같아.

1. 펀드-주식-예적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좋을까?

2. 펀드를 한다면 적립식과 거치식 어느 게 좋을까?

3. 앞으로 생길 수익을 적립식 펀드로 할까? 적금을 같이 할까?

고맙게도 20%의 마이너스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줬네. 질문을 요약해 보면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핵심은 결국 펀드를 할까 말까, 한다면 어떤식으로 할까인거 같아.


포트폴리오는 개인적으로 추천

왜냐하면 난 최후의 보루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야. 미니멈이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마음이 안정되거든. 그래서, 예적금이라는 최저치를 가져가는 것을 원해. 안정감을 얻는 대신 예적금으로 나눠 놓은 금액만큼 에서 나올지도 모를 드라마틱한 수익률은 포기해야겠지. 펀드와 주식간의 비율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금과 적금을 가져가는 것을 나는 선호해. 그럼 3번 문제도 해결된 거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조금 달라. 수익이 얼마나 생기는지와 예금의 규모가 얼마인지에 따라 약간 변동이 생길 것 같아. 그리고 나이도 고려해야 될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어떤 경우에도 최소한의 돈이라도 남기는 것이 마음이 편해? 아니면 기회가 왔을 때 더 많은 수익을 원해? 그거에 달려 있어. 난 거지가 되더라도 라면값은 남겨 높고 싶은 사람이야.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르 듯 어떤 객관적인 지표와 본능 사이에서 결정하는 기준이 다 다른것 같아. 그런데 보통의 사람들은 감정을 많이 따라가는 것 같아. 그러니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봐야 해. 객관적인 지표와 전망을 보는 것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한데 결국 내 마음이 불편하면 못 참거든. 나의 원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야. 남들보다 좀 덜 먹고, 남들만큼 엄청난 수익을 못 내도 그게 좀 더 마음이 편해.


이론적으로 본다면 금리가 오를 것 같을 땐 예금을 늘리는 것이 맞아.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좀 더 안정적인 곳으로 돈이 흐를 거거든. 금리가 오를 가능성?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데 그래서 재난지원금을 더 줘야 한다는데 지금 금리를 올려서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결정을 할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어. 금리가 오르지 않으면서 돈이 더 풀리면 결국 흘러 다니는 돈은 어딘가로 향해야 돼. 돈은 그렇게 흘러다니는 것이 속성이거든. 부동산을 꽉 막으면 아마도 주식시장으로 가겠지. 현재-라고 해봤자 길어야 1년정도의 기간일거야- 객관적인 판단으로 예금에 돈을 넣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게 보이지는 않아. 하지만, 난 넣을 거야. 그게 마음이 편하거든.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올 거라는 얘기도 해. 그리고 K자 반등이 올 거라고도 하고 어느 경우든 예금에 돈을 넣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여. 인플레이션이나 K자 반등에서 득을 볼 경우는 돈 보다 물건이나 상품을 가지고 있어야 할 거거든. 그렇다고 영 끌 해서 부동산 구매해야 된다는 주장은 아니야. 그것도 선택이니까. 인플레이션이 오면 예금만 하는 착실한 월급쟁이들에겐 힘든 시기가 될 거야. 그래도 난 예금할 거라고. 그러니 나의 추천은 예금의 비율을 적게 가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건 어떨까 싶네? 예금할 돈이 적으면 뭐 시원하게 질러보는거고.


펀드를 한다면 어느 게 좋을까?

일단 펀드와 주식을 비교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주식은 부지런한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매우 무심한 사람이거나. 중간 정도의 성격이라면 펀드가 어울려. 차이점? 전문가가 알아서 운용해 주는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말하지만 그보다 내 입장에서는 신경을 덜 쓰고 싶으면 펀드 해야 한다고 봐. 주식 투자를 하려면 정보에 민감해야 하고 항상 내가 가진 주식의 변동을 체크해야 돼. 그만큼 부지런하고 애정이 있어야 수익을 잘 챙길 수 있고 손해를 덜 볼 수 있어. 아니면 정말 무심한 경우도 괜찮아 보여. 이런 얘기들 많잖아. 옛날에 사놓고 잊어버리고 있던 주식이 있어서 우연히 찾아봤더니 수익률이 어마 무시하게 올랐다더라. 내가 아는 평범한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하게 되면 주식 시세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눈은 안 보더라도 머릿속의 끈이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 주가가 오르면 팔지 않아서 내 돈이 아닌데도 기분이 좋아지고, 주가가 내리면 팔지 않아서 확정이 되지 않았는데도 속이 쓰려. 이익이나 손실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좋아할 이유도 슬퍼할 이유도 별로 없어. 게다가 주식으로 크게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맘 편하게 펀드를 하는 게 좋아. 적어도 전문가들이 잘해주려니라는 믿음으로 덜 신경 써도 되거든. 만약 지금 마음이 바쁘고 머릿속이 번잡하면 펀드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적립식과 거치식을 고르는 것도 복불복인 거 같아. 나의 경험에선 거치식으로 이득을 본 적이 없어. 그래서, 나의 경우엔 적립식이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적립식. 적립식과 거치식의 차이? 위에서 얘기한 것과 비슷해. 거치식은 크게 벌 수도 크게 잃을 수도 있어. 적립식은 적게 벌고 적게 잃지. 거치식에 돈을 넣어놓고 손실이 날 때와 적립식에서 손실 날 때 결과적으로 다를게 별로 없는데 나에게는 그냥 적립식이면 언젠가는 오르려니 라는 믿음이 생겨. 그런데 거치식은 안 생겨. 이상하지? 이건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 그래서 난 펀드를 하는 거라면 적립식을 할 거야.


차라리 적립식과 거치식보다 펀드의 종류를 더 고민해 보는 건 어때? 예를 들면 나라를 정하던지 아니면 섹터를 정하는 것 말이야. 그걸 더 따져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리고 요즘 ETF 많이 하잖아. 나는 ETF를 추천해. 이건 뒤에 더 얘기해보자. 내가 까먹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수익은 무엇으로 할까?

앞에서 얘기했지? 예금의 규모와 수익의 규모에 따라 갈릴 것 같다고. 만약 저금 가능한 수익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적금과 펀드를 나눠 보는 것도 생각해 볼만해. 근데. 50만 원씩 나눴다고 해볼게. 50만 원 12개월 모아도 원금이 600만 원이야. 만기 때 찾을라 치면 좀 허탈해. 펀드를 넣어뒀는데 수익이 나면 적금이 더 초라해져. 대신 펀드에서 손해를 본다면 적금이 좀 이뻐 보이긴 하지. 아무리 이뻐봤자이기도 해... 예금이 많다면 적립식 비율을 더 높이거나 아예 펀드로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왜냐하면 나의 불안함을 잠재우는 안정감은 예금이 해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이도 아직 젊으니까 당장 돈 들어갈 일이 별로 없을 거야. 그러니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좋고 또 다른 면으로는 펀드는 만기 개념이 없으니까 좀 안 좋으면 좀 더 버텨보는 거지. 그렇다고 반토막 났는데도 버티라는 말은 아니야.


적금은 개인적으로 대출이 있으면 꼭 하면 좋겠어. 나에게 적금이란 상품의 효용은. 재테크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이란 어떤 것인지, 모은다는 고통과 견뎌야 하는 것이 뭔지를 훈련시키기 위한 용도로 좋고, 그다음은 대출을 갚는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좋다고 생각해. 대출을 갚을 때 원래 계획보다 못 갚게 되면 계획이 많이 틀어지거든. 그러니 지금 대출이 있다면 적금으로 대출 갚는 용도로 쓰면 좋겠어. 요즘 적금 이자도 적으니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면 적금 붓듯이 원금을 까나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대출이자가 적금 이자보다 낮은 적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냥 추천하는 상품

개인적으로 젊은 나이에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취하면서 투자 기분을 느낄 수 있는 ETF를 추천해. ETF로 주식투자를 해도 좋고, ETF로 적립식 투자를 해도 좋다고 봐. 개별 종목을 정하는 주식보다 전체적인 사업군이나 시장을 보는 것이 좀 더 쉬워 보이거든. ETF도 잘 골라야 돼. 적어도 '내가 좀 알겠다'싶은 영역을 고르면 좋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으면 코스피를 추종하는 ETF를 고르는 것을 추천해. 곱버스나 인버스, 잘 모르는 해외 주식시장은 적어도 남에게 5분 이상 설명할 자신이 있을 때 하면 좋겠어. 모를땐 하지 않는 걸 추천해. 왜냐면 진짜 돈으로 하는 투자인데 오직 '믿음'하나로 또는 남들의 이야기 하나로 결정하는 건 적어도 내 성향과는 안 맞아.


그리고, 작은 팁으로 카뱅은 무조건 만들어 둬. 카뱅에서는 소소하게 주는 것이 많거든. 1천만 원까지는 '세이프 박스'라고 해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과 비슷한 금리를 주는 기능도 있고, 저금통이라는 큰 도움 안되지만 재미있는 기능도 주고, 공인인증서 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 편리성도 높아. 그리고, 예금이나 적금 상품 가입하기에 매우 쉬워. 그러니 돈이 남을 때 그냥 두기 애매하면 카뱅에서 클릭 몇 번으로 상품 가입해 두는거야. 해지도 쉬우니까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정해지면 바로 실행하기 좋거든 그러니 하나 만들어 둬. 둘이서 만들면 2천만원까지는 애매하지 않게 세이프 박스에 넣어둘 수 있으니까 당장 애매할 때 사용하기 좋아. 아무것도 모르겠으면, 1개월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해 둬.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 이자가 적겠지만 원금이 크지 않을테니 큰 차이 안나. 그냥 돈 굴리는 몸풀기라도 하라는 의미야.


만약, 돈이 좀 된다면 난 집을 사라고 말하고 싶어. 강남이나 뜨는 지역에 영끌 해서 집을 사라는 얘기가 아니고, 실거주 목적으로 집이 있으면 안정감을 주거든. 내 얘기야. 난 그래서 집은 꼭 가질 거라고 선언했어. 더 이상은 말 안 할래. 내 철학과 좀 엇나가는 짓을 최근에 했거든.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 내 철학보다 가정의 평화가 더 중요한걸. 결혼할 거라면 집 있는 것이 좋을거 같아. 그리고 집을 사면서 보통 대출을 하잖아. 그럼 삶의 목표가 더 또렷해져. 이거 언제 빚 갚나 싶으면서 돈을 좀 더 모으게 돼. 그래. 스스로 학대하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집을 사라는 것도 개인의 성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 집에 몇억씩 깔아놓고 사는 게 무슨 바보짓이냐고 하는 말도 영 틀린 말은 아니거든.


그리고 신기한 게 집 값이 오른다고 해도 내 집은 그만큼 안 올라. 이상하지?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집이 있으면 아무튼 맘 편히 누일 공간이 하나 생긴다는 장점하고, 부동산이 오르면 대박은 안 되도 그냥저냥 같이 오르니 내 자산도 늘어. 부동산 폭락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이건 좀 못된 생각인데. 괜찮아. 다 같이 망하는 거니 덜 슬퍼.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폭락하면 그건 부동산 폭등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야. 집값이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부동산을 폭락시키는 정책을 쓰면 그건 정신 나간 짓이야. 싫든 좋든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부동산이 차지하는 건 현실로 인정해야 돼. 그렇다고 부동산 투자를 하라고 부추기는 건 절대 아니야. 우리나라 집값. 정말 너무 높아. 그래도 살살 안정화해야 돼. 안 그럼 치료하려다 사람 잡을 수 있어.


오늘은 일단 이렇게 적어보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아주 헛소리를 썼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잘 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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