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riteller 토리텔러 May 06. 2021

[기사읽기] 미국과 중국에 낀반도체 산업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사이가 안 좋으니 다툼이 생길 수밖에. 인간들의 싸움 방식은 효율을 중요시한다. 내게 피해가 적으면서 상대방에게 가장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방식의 싸움을 선호한다. 요즘 양국의 싸움 방식은 지난 글에서 소개한 하나가 ‘우리 편 만들기’였고, 반도체로 한정하면 ‘서로 의지하는 구조 깨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의지하는 구조를 깬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먼저 하나의 단어를 알아야 한다.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영어단어로 알고 나면 이해하기 아주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영어로 쓰인 약자는 항상 뉴스를 볼 때 힘겨운 부분이라 설명이 필요하다. 


[GVC]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의 약자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세계적 가치 사슬’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직역하니 더 어렵다. 영단어의 직접적인 뜻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보면 알아듣기 편하게 된다. Chain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 즉, 사슬의 구조처럼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Value는 가치라고 번역하지만 ‘이익’이라고 하는 편이 편하다. value chain을  ‘이익으로 연결된 구조’ 정도로 해석해 보면 의미가 어렴풋이 잡힌다. 앞에 있는 Global은 특정 나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엮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말로 해석을 해본다. ‘세계적으로 엮인 이익구조’라고 보면 얼추 이해된다. 


GVC의 말 뜻보다 의미

GVC의 뜻을 알았다고 해서 기사 내용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말 뜻 보다 단어에 들어 있는 의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역이 발생하는 원리부터 생각해 보자.  A라는 나라와 B라는 나라는 서로 무역을 한다. 무역을 하는 이유는 그 나라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물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자가 잘하는 것을 만들어서 서로 바꾸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에 각자 만들지 않고 서로 바꾸는-무역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경제 책에서 말하는 '분업'의 한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더 잘하는 일을 하면 더 많이, 더 잘, 더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와 바꾸면 된다. 혼자 모든 일을 하는 것보다 각자 잘하는 일을 한 후 서로 나누는 것이 무역의 기본 원리가 된다. 그리고, 조직의 원리이고 집단이 개인보다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GVC는 전 세계의 나라가 각자의 역할을 나눠서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로 좋은 상황이니 좋을 것만 같은데 문제가 발생하면 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GVC의 핵심은 서로의 ‘믿음’과 ‘상생’에 기반한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돌아가는 구조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안 좋아졌고, 코로나 19로 전 세계 경제가 흔들거린다. 거기에 지진 등의 자연재해 때문에 삐걱거리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가 터지면 같이 잘 살 자에서  ‘나 먼저 살아야겠다’로 바뀌게 된다.  서로 믿음으로 주고받던 구조보다 ‘자기 나라와 자기편’을 챙기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생긴다. 그래서 GVC가 흔들리게 된다. 



반도체 물량 부족 문제가 생겼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무튼 반도체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졌다. 문제가 생긴 거다. 나 먼저 살겠다는 해법으로 중국은 반도체의 수입 의존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을 제시했다.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다. 중국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중국이 반도체까지 독자노선을 펴기 시작하면 피곤해진다. 미국도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로 결정한다. 양국이 어떻게 강화해 나가고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고민해야 된다. 왜? 삼성전자라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반도체를 만드는 잘 나가는 회사니까. 


반도체 산업으로 좁혀 보면 반도체는 크게 설계하는 역할과 생산하는 역할로 나눌 수 있다. 삼성전자는 대표적인 생산기업이다.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기나 서비스에 특화된 반도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설계만 하고 생산은 외주로 돌린다. 이때 등장하는 단어가 ‘파운드리’다. 


[파운드리]

반도체 제조 전문 기업(foundry)이라 보면 된다. 백과사전을 뒤져보면 원래는 틀에 맞게 금속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었으나 반도체 산업에 적용되면서 반도체 칩의 설계를 받아 제조해 주는 회사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기업으로 파운드리에 해당한다. 


[TSMC]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 이야기가 나오면 삼성전자와 함께 항상 나오는 이름이다.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줄임말로 굳이 우리말로 바꾸면 ‘대만 반도체 제작 회사’ 정도 된다. TSMC가 자꾸 등장하는 이유는 실제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1등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TSMC다.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삼성전자

중국도 미국도 ‘반도체 산업 강화 + 내편 만들기’가 되니 삼성전자는 가운데 껴서 양쪽의 어깨 깡패들에게 한쪽 손씩 잡힌 모양새가 됐다. 최근 기사에서 TSMC는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더 짓기로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도 고민 중이다. 미국에 공장을 더 지으면 안정적인 생산 및 공급이 가능해서 삼성전자에게 좋을 것 같지만, 미국 말만 듣다 보면 중국이 괴롭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를 보는 것이 투자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국가 간의 싸움이라 기업의 일로 끝나지 않고 정치와 외교적인 문제로 엮이기 마련이다. 앞에서 말한 '쿼드'나 '한한령'등 전방위적인 압박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가해진다. 


우리나라 안의 사정으로 보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 문제와 상속세 문제가 정치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사면과 상속세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치적인 해석이 아니라 진행되는 과정이 삼성전자의 주가,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각자가 가늠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이슈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삼성전자로 한정해서 봤지만 칩을 설계하는 회사들의 경쟁도, 코로나 19가 확장되면서 백신과 연계되는 일도, 일본이나 북한의 행동들과도 엮이면서 복잡하게 진행될 겁니다. 그러니 기사를 꾸준히 보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야 합니다. 확실한 답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내가 판단해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사읽기]미국과 중국 사이에 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