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산 책입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꽂혔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어머 이건 사야 돼!'라는 짤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항상 말씀드리듯 책 내용도 안 보고 사기는 싫었어요. 마치, 돈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래서 실물 구경을 나섰죠. 우리나라 대형서점 중에서도 재고를 가지고 있는 곳은 딱 한 군데 영등포 교보였습니다. 전혀 관심 없는 아이를 괴롭히고 꼬드겨서 갑니다. 그리고 샀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되는데 사실 아이를 데리고 나갔으니 아이에게도 책을 쥐어주고, 저도 뭐 하나 쥐고 와야 손해보지 않는 것 같아서....
불교미술 이야기입니다. (삼국시대)
불상의 제작연도가 언제인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신 분
백제와 신라와 고구려의 불상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하신 분
이 그림이나 탑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궁금하신 분
절이나 불상뿐만 아니라 과거 문화재에 큰 관심 없으신 분
자신이 실리적이라 생각하시는 분
박물관이나 문화재 구경보다 다른 것을 더 좋아하시는 분
이 책은 정말 마니아를 위한 것이구나
사면서부터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그 많은 교보 중에 실물 재고를 가지고 있는 곳이 한 곳 밖에 없다고 할 때 알아봐야 했는데... 읽어보니 정말 맞아요. 미술이나 역사에 이상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 같은 사람 아니면 볼일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습니다. 일반인을 위해서 쉽게 쓴다고 했겠지만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차근차근 설명하지 않습니다. 읽었지만 20%나 이해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딱딱 떨어지면서 결론 내리지 않습니다. 이런 주장이 있고, 그 근거는 무엇이고, 저런 주장이 있고 그 근거는 무엇이고 하면서 균형감 있게 소개합니다. 매우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학자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뭔가 신박한 결론과 재밌는 반전을 기대하는 일반인에게는 가혹합니다.
그래도 얻은 것
학문의 세계는 깊다.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보이지만 중요하겠구나.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문화와 인문학의 힘은 어디까지 일까? 삼국시대 '양지'라는 조각가가 있었는데 이 사람의 조각은 사람을 홀린다. 일본 고구려 담징이 그렸다는 그림이 아닐 수도 있구나 등등등. 서산마애불은 죽기 전에 꼭 한번 진짜 봐야 되겠다. 모든 것을 떠나 그 표정은 직접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나머지 이야기
그냥 안 쓰려고 하다가. '책 주모'를 같이 하는 분에게 연락이 와서... 뭔가 경제와 관련 없는 것이라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말에 읽고 정리하고 올리려다 그럼 평생 안 올릴 것 같아. 지금 정리안 된 것이라도 올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또 다른 것에 꽂혀서 이리저리 뒤지고 있습니다. 시무외인, 여원인 같은 수인에 대한 거죠. 더불어 그 수인과 짝을 이루는 부처와 보살에 대한 것. 알아서 뭐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궁금하니까요....
[책 주모] 새 책 올라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