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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Nov 26. 2021

[기사읽기] 금리, 물가, 환율

'100만원→60만원' 휴지조각된 리라화…'형제의 나라' 터키에 무슨일이

기사 제목이 자극적이다

알아낼 수 있는 사실부터 정리해보자. 리라화는 터키의 화폐다. 우리말로 하면 '원화'로 정리할 수 있다.

휴지조각이 되었다는 말은 경제기사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로 '가치가 사라졌다' or '가치가 폭락했다'정도로 보면 된다. 뒷 단어인 '형제의 나라'는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장식품 정도로 봐도 된다. 결론적으로 터키의 화폐가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어떻길래 휴지조각?

제목 아래에 달린 부제목에서 알 수 있다.

1) 달러당 리라화 가치 12% 추락 → 리라화 약세, 리라화 폭락, 리라화 환율 급등 정도로 볼 수 있다.

2) 40% 폭락한 돈 가치 → 경제 용어로 보면 '구매력'이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3) 물가는 20% 치솟아 →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래서 국민들 생활이 파탄 났다는 이야기다. 친절하게 큰따옴표로 인용해서 "물건 값 자고 나면 올라"라고 비장감을 전달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터키 리라화 통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가를 갈아치우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터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경제 논리가 재앙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물가가 20% 이상 치솟았는데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터키 국민들이 세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 = 비상식적인 경제 논리 때문

환율 쇼크 배경에는 경제 상식과 어긋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저금리 집착'이 있다.
그(대통령)는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하는 만큼 고금리를 옹호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라고 주장
경제 이론적으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상승하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는 하락한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내려가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는 상승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시장에서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적자가 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에 논리적 결함이 있다고 경고한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이론

금리를 내리면 물가 상승, 자국 통화 가치 하락(환율 인상, 자국 통화 약세)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른다고 한다. 금리를 내리면 돈 사용료가 싸지기 때문에 사람들(가계나 기업)은 돈을 많이 빌리게 되고 결국,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된다.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 된다.

돈은 많아졌는데 기존 물건들의 양에 변화가 없다면 기존 물건들의 가치는 오르게 된다. 무식하고 단순한 예를 생각해 보자. 한 나라에 돌아다니는 돈은 1만 원이었다. 그리고, 거래되는 상품들도 모두 1만 원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라도 한 나라에 돌아다니는 돈이 1만 2천이 되었다고 한다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2천 원이 늘어난 기분을 느끼겠지만 물건 가격이 1만 2천 원에 맞춰 오르게 된다. 물건의 양이 그대로 라면 누군가 100원 주고 사던 물건에 101원 준다고 얘기하기 쉽고, 그 물건은 101원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아깝게 물건을 놓치게 되면 다음 날에 101원보다 높은 102원을 부른다. 누군가는 통 크게 105원 또는 110원을 부를 수도 있다. 그래도 된다. 왜냐하면 2천 원이라는 돈이 늘어났으니까.

결국 물건의 양이 변화가 없다면, 시중에 늘어난 돈의 양만큼 물건 가격은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중에 돈이 늘어나게 하는 방법은 금리 인하.

시중에 돈이 늘어나면 물가 상승.  

두 개의 문장을 이어 붙이면 금리인하는 물가상승으로 정리된다.


이번엔 금리를 내리면 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생각해 본다.

환율은 다른 나라 화폐와의 교환비율이다. 환율이 떨어지고 오른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화폐가치와 비교해야 된다는 의미가 된다. 가정을 해본다. 당신은 엄청난 자금을 들고 있는 투자자로 미국과 터키 두 나라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다.

터키가 금리를 내렸다.  당신의 돈을 미국과 터키 중 어느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미국이 된다. 왜냐하면 터키가 금리를 내렸으니 상대적으로 미국의 금리는 높아진다. 터키보다 미국에 돈을 넣는 것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 당신의 선택은 외환시장에서 터키 리라화를 팔고, 달러를 산다. 외환시장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은 똑같이

터키 리라화를 팔고 (공급이 늘고), 달러를 산다(수요가 늘어난다). 게다가 실제 미국의 금리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공급이 늘어나는 리라화는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늘어나는 달러는 가격이 오른다.

이 문장을 정리하면 리라화의 가치는 하락한다.  


반대의 경우는 각자 생각해 보면 좋겠다. 더 설명하려니 눈도 침침하고 어깨가 뻐근해서...


환율 인상(가치 하락)이 수출기업에는 좋고, 수입기업에는 안 좋은 거라고 하던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시장에서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적자가 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흔하게 나오는 이야기다. 원화가치가 낮아져야 수출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 그리고 수출이 잘 되어야 우리나라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면 맞는 주장이다. 원래 100달러에 팔던 물건인데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90달러에도 팔 수 있게 되고,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늘어나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도 역시 말이 되는 얘기긴 하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경제학자들은 논리적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기업에게 유리한 대신 수입기업에는 불리하다고 한다. 이유는 똑같은 금액을 주면 원래 들여오던 양만큼 살 수 없게 되니, 원래 수입하던 양만큼을 들여오려면 더 많은 돈을 줘야 한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들여온 물건은 당연히 시장(터키 국내)에서는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 비싸면 소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 안써도 되는 거라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꼭 써야 하는 에너지(원유), 원자재 (석탄이나 철강 등등)라면 사용하는 양을 급격히 줄일 수 없다.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데 꼭 필요하지만 그 나라에 없기 때문에 수입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필수재인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원가의 상승으로 물가는 오를 수 밖에없게된다.


환율은 변동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일까?

경제는 항상 사이클이 있고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움직이면 괜찮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터키의 리라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금리인하로 물가도 오르고 화폐가치도 낮아지고 있는데, 터키 대통령이 계속해서 자기의 입장을 고수하며 더 완강하게 '금리인하할 거야!'라고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금리가 더 내려가면 물가는 더 오를 거고, 환율은 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될수록 '손해를 조금이라도 덜 보기 위해서' 더 빨리 달러를 비싸게라도 구매하거나 원자재 가격을 더 높여서 팔려고 할 것이다. 결국 물가 폭등 현상과 리라화의 가치 하락은 급격하게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스탄불에 본사를 둔 테라 인베스트먼트의 엔베르 에르칸 애널리스트는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다"며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어 리라화 가치가 얼마나 더 폭락하게 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걸&제너럴 인베스트먼트의 우데이 팟나이크 이머징마켓 책임자는 "최근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화폐 가치 하락은 에르도안의 금리전쟁이 불러온 결과"라며 "리라화 폭락을 막을 수 있는 건 터키 중앙은행의 신호 뿐인데 희망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바로 그 공감대를 표현한 문장들이다.


기사를 읽고 나서 각자 더 살펴볼 내용

1) 터키의 이런 경제상황이 계속될까? (이 결정을 한 '에르도안'대통령이 어떤 사람일까?)

2) 계속된다면 어떻게 진행될까?(더 나빠질까? 좋아질까?)

3) 미국의 금리는 어떻게 진행될까? (오를까? 내릴까?)

4) 최근 우리나라 금리가 올랐는데 앞으로는?(더 오를까? 그대로일까? 내릴까?)

5) 그래서 난 어떻게 할까?


발 빠른 사람들은 싸진 터키 통화로 물건을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특히, 똑같은 제품을 파는 글로벌 기업들의 상품들이 해당된다. 그래서 이런 기사까지 나오게 된다. 물론, 언론이 기업의 속내를 모르면서 과대 해석한 것일 수도 있다.


위의 기사를 읽고 '아! 그럴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터키 경제상황 및 금리와 환율, 물가 관련된 내용을 잘 이해한 것이고, 위의 기사를 읽고 '엉? 무슨 의미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터키 경제상황 및 금리와 환율, 물가 관련된 내용의 설명을 내가 잘 못한 것이다. 아무튼 당신은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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