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웃 기사 읽기]
점심값을 번다는데 궁금하지 않을 리가. 파킹해서 돈을 번다길래 무슨 주차장 부업하는 줄 알았다. 뒤에 통장이란 단어가 없어다면 부업 소개하는 기사라고 생각했을 거다.
매일 파킹해서 점심값 번다는 김대리…난리난 이 통장 뭐길래
파킹통장.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은 보통 금리가 낮다. 하루만 맡겨도 높은 이자를 주는 통장들을 파킹통장이라 기사에서 부르기 시작했다. 옛날 CMA 통장 열풍이 생각났다. 하루만 맡겨도 높은 이자를 주는 통장.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하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2% 이자를 주는 토스 통장을 찬양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 이제 파킹통장 세계에서 토스는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궁금한 점은 따로 있다. 기사 속의 김대리는 얼마의 재산이 있길래 점심값을 벌 수 있었을까? 그러려면 귀찮지만 알아야 할 정보들이 좀 있다.
이자를 내는 공식 '이자 = 원금 X 이자율'
여기서 원하는 이자는 점심값. 그리고, 이자율은 기사에 나오니 알 수 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가장 높은 파킹통장의 이율은 3.3%. 그럼 김대리가 가진 원금을 구할 수 있다. 원금 = 점심값/3.3%
점심값으로 난 1만원을 잡아보기로 했다. 이유는 계산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럼 김대리가 파킹통장에 넣어둔 원금은 = 1만원/3.3% = 약 33만원!
와우! 33만원을 넣어두면 점심을 먹을 수 있다니! 오랜만에 읽을만한 기사였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찜찜하다. 이자율은 1년치. 점심값은 1회. 1년은 365일. 다이어트한다고 굶지 않는 이상 내가 1년 동안 먹을 점심 횟수 역시 365회. 그럼 나한테 필요한 점심값은 1회(1만원) X 365회 = 365만원이 된다.
다시 계산을 해본다.
365만원/3.3% = 약 1억 1천만원. 여기서 웃음이 터졌다. 1년에 1.1억을 파킹 통장에 넣어둬야 한다니. 그만한 돈을 굴릴 여력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파킹통장은 여유자금과 같은 돈이라 생각하면 1억을 여유자금처럼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긴, 점심을 빼먹지 않고 매일 이자로 먹는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기사가 사기 치는 걸까? 기사 본문을 읽어봤다.
김대리는 파킹통장으로 단기 자금을 관리하면서 소소하지만 매달 이자로 점심값을 해결하는 재미도 누리게 됐다.
어디에도 몇 번의 점심값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이번에도 솜씨 좋은 언론기술자에게 당했다. 1년 내내 점심값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면 욕을 하겠지만 이 기술자는 '점심값'을 해결한다고 했지. 몇 번 또는 항상 해결한다는 단서가 없다. 1년 동안 단 한 번의 점심값만 해결해도 거짓은 아니다.
내친김에 한번 더 계산해보기로 했다. '매달 이자'로 해결한다니 한 달에 한번 해결하는 것으로 타협해보기로 했다. 물론, 나 혼자만의 타협이지 기자에게 물어볼 의지도, 의향도, 생각도 없다.
김대리의 원금은 = 12만원(1만원 X 12개월) / 3.3% = 약 360만원.
한 달 동안 통장에 360만원 이상을 넣어두면 이자가 한달에 1만원 정도 나온다.
아! 세금이 있구나. 세금도 빼야 하네. 보통 이자소득세는 15.4%니 약 8천5백원이 된다.
어떻게 해결하지? 그러다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이 얼마인지 궁금했다. 별걸 다 알려주는 세상이니 나오지 않을까? 빙고!
직장인 점심값 평균 8537원…2년 전보다 12.8% 올랐다
난 파킹통장 이자로 점심을 해결한다는 기사를 쓴 기자와 내적 타협에 성공했다.
직장인 점심 값 평균 8천5백원이고, 8천5백원을 3.3% 파킹통장에서 매달 나오는 이자로 1번 '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난 통장에 약 360만원 이상을 넣어둬야 한다. 뭔가 서로가 만족하는 지점을 찾은 것 같아 행복하다. 내가 근무하는 업종상 주위에서 쉽게 발견되는 기자들을 기레기로 만들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포함됐다.
이런 기사를 보기 전까지...
점심 한 끼 2만원 시대…"도시락 싸갖고 다닐 판" 울상
어쩌라구... 점심 한 끼에 2만 원이라고?
아. 몰라. 이제
매주 경제기사 읽기를 쓰고 있다. 부담스럽다. 공부도 해야 하고, 틀리게 설명하는 게 없는지도 봐야 한다. 나름 고생해서 글 올린들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매주 '내가 이걸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해야 할 것 같아서 한다.
그러다 최근에 팔로우하는 편성준 님의 브런치를 보게 되었다.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격하게 공감했다. 부모님이 밥 해주고 돈 주면서 공부할 환경 다 만들어 놓고 공부'만'하라고 해도 안 했는데, 세상을 항상 집중하면서 심각하게 보내는 건 불가능하다. 적당한 방치, 적당한 게으름은 필요하다. 무언가를 배울 때 앞선 고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몸에서 힘 빼'라는 말.
더 엄밀히 따지면 쓸데없는 긴장하지 말고, 무식하게 힘으로만 하려고 하지 말고, 꼭 필요한 곳에만 힘을 주라는 말이지만 긴장을 안 하기도 어렵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힘을 줘야 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어려우니 '일단 힘 빼'라고 말하는 거다.
그래서, 힘 빼는 글도 써보려고 한다. 기사도 재밌다. 아니 가끔 웃긴다. 그래서 가끔 소소하게 즐거움을 줬던 기사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잘 될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주기니 그냥 쓴다. 내가 느꼈던 즐거움을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있게만 쓰면 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이니 일부 사람의 공감만 얻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