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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Oct 07. 2022

[Re뷰] A씨 화이팅!

전세대출 6억 이자 133만→259만원…월급 남는 게 없다


이런 기사를 보면 어떤 게 제일 먼저 눈에 띌까? 난 우선 '월급 남는 게 없다'가 보인다. 그다음은 숫자들이 보인다. 숫자도 순서를 매겨본다면 133만원에서 259만원이 된 것. 그다음이 전세대출 6억이다. 


내 머릿속 흐름을 정리해 보면, 

'어쩌나, 월급이 안 남는다네...'가 먼저다. 같은 월급쟁이로서의 동질감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다음은

'이자가 많이 오른다고 하더니 이자비용만 두배가 되었네. 이자만 260만원을 내야 해 그러니 월급이 안남지'

요즘 금리가 올라 나도 살기 힘들기 때문에 이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나라는 공감대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대출이 6억이나 돼? 머 하느라? 그런데 전세대출이라고?' 

이제야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는 기사를 클릭함으로써 능숙한 언론 기술자의 테크닉이 완성된다. 


기사의 첫 문장은 완벽하다. 

금리 인상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기사로 빨려 들어간다. 공감할 수 있는 주장과 그걸 뒷받침하는 팩트의 나열. 

변동금리 대출자가 매달 갚아야 할 돈이 2배로 뛴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건 주장이다. 그리고, 난 이미 공감하고 있다. 솔직히 2배가 된 사람을 만난 적은 없지만 금리가 오른 것은 알고 있고, 나 역시 대출을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 누군가 '2배'로 뛰었다고 하면 일단 인정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신빙성도 생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팩트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3일 한 시중은행이 시뮬레이션한 A씨의 사례를 보면 충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설득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이 A씨의 사례! 이건 다큐일 게다. 리얼 다큐. 여실히 드러나는 충격! 마치, 개봉 전 영화 소개하는 것 같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았던 2020년 10월의 월 상환액은 132만6000원이었는데, 2년이 지난 이번 달 상환액은 259만3000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보라! 이 충격적인 숫자를! 자기 집도 못 사고 겨우겨우 전세를 구해서 들어갔는데, 게다가 돈도 별로 없어서 전세대출하고 금리 높은 신용대출까지 끌어 썼단다. 울컥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 달에 무려 130만원을 갚아나가다가 2년 만에 두배로 뛴다. 서민을 괴롭히는 이 참혹한 현실. 충격이다.


2020년 10월 서울 서초구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전용면적 59.99㎡에 8억15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전세로 들어갔고, 전세대출 5억원(SGI서울보증, 신규취급액 코픽스 6개월 연동금리)와 신용대출 1억원(1년, 금융채 6개월 연동금리)을 받은 것으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서초?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가장 높다는 그 강남 3구 중 하나에 들어갔다고?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우리나라 명품 아파트 브랜드의 탑클래스인 래미안에 들어갔다고??

전용면적 59.99㎡에 8억1500만원의 보증금? 옛날 평수로 따지면 실평수 18평짜리에 무려 8억을 전세로 줬다고???

전세대출 5억원 + 신용대출 1억원을 받아? 전세대출로 6억을 땡겼다고????


기자의 말은 맞다. 나는 여실한 충격을 받았다. 


다시 정리해보면 18평짜리 강남 아파트에 8억 전세를 들어가는데 대출이 6억이라는 얘기잖아. 곱게 말하면 용감하다. 아니 매우 용감하다. 아니 겁이 없다.... 다른 단어 쓰고 싶은데 참는다.


갑자기 생각이 흔들린다. 

6억 대출에 이자 260만 원이면 싼 거 아닌가? 

A씨 월급은 억대연봉자 아닐까?

혹시, 배우자가 돈을 많이 버나?


언론기술자의 '(존재할 수 있지만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매우 드문) 사례 들기' 기술에 한판 업어치기를 당했다. 


이 사례 이후로 이어지는 금리 인상 관련된 내용은 필요하고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다. 굳이 이렇게 자극적인 사례를 들고, 제목을 달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긴, 그렇지 않으면 누가 기사를 누를까...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란 말은 미디어에도 적용된다. 읽히지 않는 것보다 욕먹더라도 읽히는 것이 낫다.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민간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그런데 내 맘속에서 A씨는 걱정하고 싶지 않아 졌다. 힘들어 할 A씨에게 최대한의 예의와 마음을 담아 내 뜻을 전한다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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