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어떻게 정리할까 하다. 올 한 해 고마웠던 분들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순서가 고마운 순서는 아닙니다. 어떤 계기로 떠 오르는 대로 쓸 겁니다.
'독립은 처음이라'
글을 써달라는 메일이 도착하면 아직도 설렙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 중 하나가 "노년에 할 일은 찾았어. 이제 돈만 해결하면 돼"거든요. 나이 들어서까지 글을 쓰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일로 밥을 먹고살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메일을 받으면 대강 상대방이 그려집니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한 두 마디 말을 해보면 대강 아는 것처럼 말이죠. 대강이라 했으니 정확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메일도 비슷합니다. 메일을 보내온 사람을 보면 어떤 사람일지, 어떤 분위기의 회사일지, 어떤 글을 원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감사드리는 분은 가장 겸손한 메일을 보내 놓고서 가장 정중하게 무례하지 않았는지 걱정하셨던 분입니다. 관련 업종에 조금의 지식만 있어도 해당 기업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회사 이름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고민했는데, 제가 소개해 드릴 서비스 아래에 회사 이름이 나오네요. 굳이 숨길 필요는 없으나 대신 알려 드리진 하지 않겠습니다.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독립하는 사람'을 위한 글을 써 달라는 의뢰 메일이었습니다. 제가 받았던 가장 상세하고, 가장 정중하고, 가장 틀이 잡힌 메일이었습니다.
꼼꼼한 이와의 협업이 즐거울 리 없다.
섬세함과 전문적인 메일을 보내고, 화상회의를 하면서 서비스를 설명할 때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원고비도 적절한 선에서 조율을 해줄 때 발을 뺐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꼼꼼한데 겸손한 사람에겐 화를 낼 수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맞춰야 합니다. 글을 보냈더니 '잘했다'라고 칭찬을 해줍니다. 그러면서 꼼꼼하게 섬세하게 아주 많은 피드백을 보내왔습니다. 당황했습니다. 잘했다며, 이 많은 피드백은 뭐지? 몇 번을 보내도 성실하게 답변을 해줍니다. 커다란 피드백과 같이. 보통 기자나 작가라는 사람들은 곤조가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썼는데 니가 뭔데 내 글에 토를 달아?'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죠. 저도 유명 작가처럼 100만 부를 팔아 치우고 TV에 얼굴이 나오며, 유튜브 채널에 불려 가는 사람이라면 그랬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아직 그 정도로 유명하지 않습니다.
맞춰줬습니다.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 20~30대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거라면 나보다 20~30대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이 맞을 거야'며 계속 스스로를 설득시켰습니다. 그분은 항상 고맙다고 하면서 쥐어짜듯 품질을 올리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빨리 일을 쳐내고 벗어나고 싶었고요.
처음 들은 저의 생각은 '이 글을 내가 썼다고?'였습니다. 제가 볼 때 꽤 괜찮은 내용이었던 거죠. 지나고 나니 운동선수와 코치의 관계가 이런 것이려니 싶습니다. 선수들은 코치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할 때 속에서 열불이 날 겁니다. 힘든데 뭘 더 요구하지? 그러다 경기를 치르고 나서 결과표를 받고 나면 깨닫게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써봐야 얼마나 잘 쓰겠습니까? 게다가 20-30대의 입장을 알아야 얼마나 잘 알겠습니까? 그런 저를 달래고 어르며 이런 결과를 뽑아내는 것을 보니 그저 감사했습니다. 알맹이야 제가 썼을지 모르지만, 적절한 배치와 이미지. 그리고 가독성을 고려하고 길이를 고려하는 것. 등등 원석을 가공해서 보석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본 기분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감사 글을 저와 협업하신 최XX님에게 드립니다.
그분이 일하는 회사에서 '세상의 모든 독립러'들을 위해 만든 커뮤니티 서비스.
제 글은 총 5회차로 제공됩니다. 이후는 아마 이용자들의 호응에 따라 더 할수도 끝날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