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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Dec 19. 2022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다양한 처음의 순간

[Thanks#1] 꼼꼼한 사람이 전문적이면

올 한 해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어떻게 정리할까 하다. 올 한 해 고마웠던 분들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순서가 고마운 순서는 아닙니다. 어떤 계기로 떠 오르는 대로 쓸 겁니다.


'독립은 처음이라'

글을 써달라는 메일이 도착하면 아직도 설렙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 중 하나가 "노년에 할 일은 찾았어. 이제 돈만 해결하면 돼"거든요. 나이 들어서까지 글을 쓰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일로 밥을 먹고살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메일을 받으면 대강 상대방이 그려집니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한 두 마디 말을 해보면 대강 아는 것처럼 말이죠. 대강이라 했으니 정확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메일도 비슷합니다. 메일을 보내온 사람을 보면 어떤 사람일지, 어떤 분위기의 회사일지, 어떤 글을 원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감사드리는 분은 가장 겸손한 메일을 보내 놓고서 가장 정중하게 무례하지 않았는지 걱정하셨던 분입니다. 관련 업종에 조금의 지식만 있어도 해당 기업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회사 이름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고민했는데, 제가 소개해 드릴 서비스 아래에 회사 이름이 나오네요. 굳이 숨길 필요는 없으나 대신 알려 드리진 하지 않겠습니다.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독립하는 사람'을 위한 글을 써 달라는 의뢰 메일이었습니다. 제가 받았던 가장 상세하고, 가장 정중하고, 가장 틀이 잡힌 메일이었습니다.


꼼꼼한 이와의 협업이 즐거울 리 없다.

섬세함과 전문적인 메일을 보내고, 화상회의를 하면서 서비스를 설명할 때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원고비도 적절한 선에서 조율을 해줄 때 발을 뺐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꼼꼼한데 겸손한 사람에겐 화를 낼 수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맞춰야 합니다. 글을 보냈더니 '잘했다'라고 칭찬을 해줍니다. 그러면서 꼼꼼하게 섬세하게 아주 많은 피드백을 보내왔습니다. 당황했습니다. 잘했다며, 이 많은 피드백은 뭐지? 몇 번을 보내도 성실하게 답변을 해줍니다. 커다란 피드백과 같이. 보통 기자나 작가라는 사람들은 곤조가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썼는데 니가 뭔데 내 글에 토를 달아?'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죠. 저도 유명 작가처럼 100만 부를 팔아 치우고 TV에 얼굴이 나오며, 유튜브 채널에 불려 가는 사람이라면 그랬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아직 그 정도로 유명하지 않습니다.


맞춰줬습니다.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 20~30대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거라면 나보다 20~30대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이 맞을 거야'며 계속 스스로를 설득시켰습니다. 그분은 항상 고맙다고 하면서 쥐어짜듯 품질을 올리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빨리 일을 쳐내고 벗어나고 싶었고요.


결과를 보니 코치에게 감사하게 된다.

제 첫 번째 글을 보내왔습니다. 처음 독립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글입니다.

처음 들은 저의 생각은 '이 글을 내가 썼다고?'였습니다. 제가 볼 때 꽤 괜찮은 내용이었던 거죠. 지나고 나니 운동선수와 코치의 관계가 이런 것이려니 싶습니다. 선수들은 코치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할 때 속에서 열불이 날 겁니다. 힘든데 뭘 더 요구하지? 그러다 경기를 치르고 나서 결과표를 받고 나면 깨닫게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써봐야 얼마나 잘 쓰겠습니까? 게다가 20-30대의 입장을 알아야 얼마나 잘 알겠습니까? 그런 저를 달래고 어르며 이런 결과를 뽑아내는 것을 보니 그저 감사했습니다. 알맹이야 제가 썼을지 모르지만, 적절한 배치와 이미지. 그리고 가독성을 고려하고 길이를 고려하는 것. 등등 원석을 가공해서 보석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본 기분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감사 글을 저와 협업하신 최XX님에게 드립니다.



그분이 일하는 회사에서 '세상의 모든 독립러'들을 위해 만든 커뮤니티 서비스.

제 글은 총 5회차로 제공됩니다. 이후는 아마 이용자들의 호응에 따라 더 할수도 끝날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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