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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구조] 한 접시 요리 즐기기

일곱 번째 이야기

by Toriteller 토리텔러

기사의 첫 문단만 소화해라

어떤 음식인지 모를 때, 제대로 맛을 느끼려면 한입 크게 베어 먹어야 한다. 엽기적인 모양이나 영 낯선 음식이라도 혀 끝만 대보고 조금 뜯어먹어봐선 제대로 맛을 느끼기 어렵다. 처음 보는 음식의 맛을 알아내는 것보다 처음 보는 지면기사의 내용을 알아내는 것이 조금 더 쉬울 것 같다. 지면기사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어떤 장치나 트릭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함없는 맛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재미없고 지루할 수도 있다.


기사는 한 줄 제목으로 '주제'를 알려주고, 기사의 첫 문단에서 요약을 해주고, 본문에서는 요약한 내용을 상세하게 풀어준다. 오늘은 아무리 이리저리 머리를 써봐도 음식비유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다른 비유를 섞어보기로 했다.


기사는 모두 두괄식

기사의 첫 문단은 요약이자 기사의 정수다. 기사는 글쓰기에 나오는 형식 중 주제를 앞에 두는 대표적인 '두괄식'이다. 사실 위주의 보도를 하는 지면기사 중에 주제나 결론을 뒤에 두는 미괄식은 없다. '7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라는 제목의 기사라면 첫 문단은 '언제부터 적자가 시작되었고, 현재기준으로 누적 적자가 얼마나 되는지, 대표적인 이유가 무엇이고 앞으로의 대응은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 궁금한 내용 중에 핵심적인 요소만으로 첫 문단을 구성한다.


그래서, 아무리 긴 기사라도 첫 문단을 차분히 곱씹으면 세부내용은 몰라도 제목에서 강조한 핵심 내용만큼은 얻을 수 있다. 전체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유튜브 '요약판'을 보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을 본 것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이 바로 첫 문단이다.


사람을 감질나게 하는 미괄식

신문에 실린 모든 글이 두괄식은 아니다. 칼럼이나 오피니언처럼 주장을 강조한 글에서는 미괄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두괄식은 결론을 맨 앞에 두기 때문에 다른 생각할 틈을 주지 않지만 미괄식은 여러 가지 가능성과 호기심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다. 경제문제 중에도 국민연금이나 종부세처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문제는 먼저 주장을 내세우기보단 이쪽과 저쪽 생각을 골고루 보여준 후에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신문 기사 읽는 법

내용이 낯설고 용어를 모르더라도 경제기사를 읽을 수 있다. 기사의 구성 형식이 일정해 형식을 이해하면 100% 소화는 못하더라도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문단에서 틀을 잡는다.

첫 문단은 전체적인 틀이다. 사람 몸으로 치면 뼈대와 같다. 뼈대가 정해지면 포즈가 완성된다. 포즈가 잡히면 살이 쪘든 말랐든, 여자든 남자든, 노인이든 아이든 자세가 확정된다. 무슨 의미일까?


위에서 예를 든 '무역적자'라는 것으로 풀어보면 무역수지 적자 폭이 1원이든 1조든 무역수지 적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7개월 연속'이라는 뼈대가 잡히면 적자 폭이 줄어 들고 있거나 늘어나고 있거나 7개월동안 적자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반도체 수출'이 줄었다는 문장이 첫 문단에 들어 있다면, 이것 역시 공장에 불이 나서 생산을 못했든, 수입금지 조치 때문에 수출을 못했든 '반도체 수출 부진'이 적자 발생의 가장 큰 이유라는 뜻이다. '중국 수출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말 역시 정치적으로 중국이 금지시켰든, 경제적으로 중국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든 중국으로의 수출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7개월 연속', '무역적자', '반도체', '중국'이란 뼈대가 잡히면 대략적인 자세(틀)가 잡힌 것이다.

살과 근육을 붙여 구체적인 모습으로

첫 문단에 이어지는 글은 세부적인 내용이다. 이제 살이 찐 사람인지, 성별은 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7개월 연속 무역적자'인데, 적자 폭은 늘어나고 있는지 줄어들고 있는지, 또는 과거와 비교해 봤더니 심각한지 괜찮은지 세부적인 내용이 나온다. 근거를 위해 전문가 의견이나 관련자들의 인터뷰, 정부의 인식과 대응, 관련 국가나 경쟁사의 동향 등 관련요소들을 더해 기사의 볼륨감을 잡는다.

그러니 첫 문단을 꼼꼼히 읽은 다음에는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깊이 읽는 것이 좋다. 삼성전자 주주라면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을 더 깊이 세밀하게 읽는 것이 낫고,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중국의 경기 흐름이 어떻게 될지를 보는 것이 낫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기사를 꼭꼭 씹어 먹는 것이지만 군대도 아닌데 억지로 밥그릇을 비울 필요 없이 입맛에 맞는 것부터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설처럼 기사 읽기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고 나면 스토리와 특정 장면의 묘사나 매력적인 인물의 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기사도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첫 문단을 천천히 읽어가며 스토리를 이해하고, 이어지는 본문 중에 인상적인 숫자나 내용만 기억하는 방식이다. 사실 관계가 조금 틀릴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를 기억하기에 훨씬 쉽다.


예를 들어,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5개월로 잘못 기억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무역적자'라는 스토리를 기억하고, 연속적자란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으로 반도체 또는 중국 중 기억에 남는 하나를 챙기는 것으로도 초보에겐 충분하다.

적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요즘 수출이 안 돼서 걱정이에요. 반도체가(또는 중국경기가) 다시 살아나야 할 텐데요"정도 얘기한다면 누구도 당신을 경제 초보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처럼 기사 읽기는 '전반적인 상황과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읽을 땐 기사를 빠르게 읽어가는 게 좋다. 모르는 용어나 문장이 나오면 과감히 뛰어넘는다. 전체 흐름과 스토리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참고서처럼 기사 읽기

핵심 내용을 외우거나 자주 틀리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는 것처럼 '특정 요소를 명확히 기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무역적자 10억불'이란 특정 숫자를 외운다. 반도체 때문인지 중국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준으로 삼을만한 숫자 하나를 머리에 심는다. 숫자만 외우려면 물 없이 밤고구마를 먹는 것만큼 힘들 수도 있다. 이럴 땐 힌 모금 사이다처럼 꾸밈말을 활용하면 좋다. '역대 최대' 무역적자 10억불 처럼.


참고서처럼 기사 읽기 방식의 장점은 다른 기사를 볼 때 해석을 더 넓고 깊게 할 수 있다. 역대 최대 무역적자가 10억불'을 머릿속에 넣어뒀다면, 이후에 '5억불 적자'라는 기사를 봤을 때 내용이 없어도 적자폭이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자가 계속되기 때문에 여전히 경기는 좋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참고서처럼 기사 읽기의 장점은 확실히 아는 지식을 토대로 해석을 확장하고 판단을 정교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점이다. 이렇게 기사를 읽을 땐 느리더라도 꼼꼼하게 읽는 게 좋다. 모르는 용어나 문장이 나오면 찾아보고 별도의 메모나 스크랩을 해두는 것이 좋다. 스크랩이 쌓이는 만큼 나의 실력도 쌓이게 된다. 너무 많은 양을 저장하려고 욕심을 부리지는 말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라 초보가 하기엔 쉽지 않다. 하루에 하나만 해도 충분하다.


부제는 구분하라는 신호

기사가 길어질 땐 부제(sub title)가 중간중간 들어간다. 전신상을 볼 때 머리, 상반신, 하반신, 손의 위치 등 포인트를 잡아줘 구분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각각의 부제에는 각 영역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짚어주는 포인트가 들어 있다.


7개월 무역적자라는 기사가 길어진다면 무역적자의 폭과 추세에 대한 덩어리, 무역적자가 만들어진 요인에 대한 이야기,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나 전망에 대한 덩어리 등으로 나누고, 각각의 덩어리에 어울리는 제목들을 뽑아서 부제로 삼는다. 기사 제목과 부제만 읽는 것도 기사를 빠르게 읽어내는 팁 중 하나다.


짧은 설명이 붙는 새로운 용어

기사 중간에 'XXX란 YYY란 의미다'라는 식으로 짧게 설명해 주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제용어'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 모아 놓으면 일종의 최신 경제용어 사전이 된다. 분량이 매우 짧고 불충분 하더라도지 간단히 지식을 더하기엔 쓸모가 많다.


가장 중요한 건 직접 읽기

아무리 기사 읽기를 설명해 봤자 직접 기사를 읽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인 팁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기사도 읽어본 사람이 읽는다. 읽지 않으면 기사는 항상 지루하고 어렵고 재미없다. 유튜브 먹방은 재미 있을지 몰라도 내 배가 부르지는 않다. 마찬가지다. 내 글을 읽으면서 이럼 되겠구나 생각해도 기사를 읽지 않으면 내게 남는 경제 지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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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약 2천명


[기존판] 2.9만명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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