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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Mar 14. 2024

'영구 평화론'

임마누엘 칸트, 이한구 옮김 / 서광사

철학자들의 말빨이란

원체 고상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책이다. 겨우, 100페이지의 책. 보통 한 권의 책은 300페이지 내외. 200페이지면 얇다고 느낄 텐데, 이 책은 100페이지를 겨우 넘긴다. 옮긴이가 쉽게 풀어준 해제를 빼면 100페이지가 안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가기 버겁다. 단어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개념들을 꾹꾹 눌러 담았는지 에너지바 100개를 하나의 알약으로 만든 것 같다. 칸트라는 사람은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로 순수이성 비판과 실천이성 비판이란 훌륭한 책을 썼다고만 알고 있다. 읽은 사람이 아주 적을 것이라 믿기에 부끄럼 없이 나 역시 읽지 않았음을 고백할 수 있다.


영원한 평화를 기대하는 철학자가 세운 원칙

표지는 칸트의 얼굴이 가득하다. 보자마자 '이 사람한테 걸리면 기를 쪽쪽 빨리겠다'는 풍모를 보인다. 맑은 눈. 큰 두뇌가 들어 있음을 보이는 넓은 이마, 섬세함을 상징하는 얇은 코. 그리고 조금만 툭 쳐도 한 나절 넘게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입술. 말하기에 최적화된 무겁지 않은 턱. 얇은 두께의 책을 만만히 본 나의 실책이다.


서언

제1장 국가간의 영구평화를 위한 예비조항

제2장 국가간의 영구 평화를 위한 확정 조항

제1추가조항 영구 평화의 보증에 대하여

제2추가조항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조항

부록1 영구 평화에 관한 도덕과 정치 간의 대립에 관하여

부록2 공법의 선험적 개념에 따른 정치화 도덕 간의 조화에 대하여


짧다. 이게 전부. 철학자들의 책은 '빙의 일각'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보이는 문장이 전부가 아니다.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중을 위한 문장들만 적고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이 책을 감히 소화했다고 말하기도 웃기고, 정리하자니 깜냥이 안된다.


1. "장차 전쟁의 화근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암암리에 유보한 채로 맺은 어떠한 평화 조약도 결코 평화 조약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p15)

2. "어떠한 독립 국가도 (크고 작고에 관계없이) 상속, 교환, 매매 혹은 증여에 의해 다른 국가의 소유로 전락될 수 없다." (p16) 국가란 국가 자신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명령이나 지배를 받지 않는 인간의 사회이다.

3. "상비군은 조만간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P17) 상비군은 항상 전쟁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음으로써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4. "국가 간의 대외적 분쟁과 관련하여 어떠한 국채고 발행되어서는 안 된다." (P18)

5. "어떠한 국가도 다른 국가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으로 간섭해서는 안된다."

6. "어떠한 국가도 다른 나라와의 전쟁 동안에 장래의 평화 시기에 상호 신뢰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 틀림없는 다음과 같은 적대 행위, 예컨대 암살자나 독살자의 고용, 항복 조약의 파기, 적국에서의 반역 선동 등을 해서는 안 된다." (P20) 전쟁은 각 국가가 폭력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자연 상태(이 경우 적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률 기관은 없다)에서의 비참한 호소 수단인 까닭에, 어느 쪽이 부당한가를 가려낼 방도가 없다.


영구 평화를 위한 제1의 확정 조항 : 모든 국가의 시민적 정치 체제는 공화 정체이어야 한다 (P26) 공화정체는 입법부로부터 집행권(행정권)을 분리시키는 정치적 원리이다(P29) 법의 개념에 부합되려면 통치 방식은 대의주의의 형태를 취해야만 하며, 그리고 이 체계 속에서만 공화 정체가 가능하다. 만일 대의주의를 취하지 못한다면, 통치 방식은 (그 체제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전체적이 되거나 아니면 독단적이 된다. (P32)


영구 평화를 위한 제2의 확정 조항 :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들의 연방 체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된다 (p32) 이것은 아마 국제 연맹일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국제국가일 수는 없을 것이다.(P32) (만일 모든 것을 잃지 않으려면) 세계 공화국이라는 적극적인 이념 대신에 소극적 대안으로서 연맹을 구성하는 것이다. (P37)


영구 평화를 위한 제3의 확정 조항 : 세계 시민법은 보편적 우호의 조건들에 국한되어야 한다. (P38) 우호(손님으로서의 대우)란 한 이방인이 낯선 땅에 도착했을 때 적으로 간주되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P38)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방문의 권리요, 교제의 권리이다. (P39)


제1추가조항 영구평화의 보증에 대하여 : 영원한 평화를 보증해 주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예술가인 자연이다. (P45) 영원한 평화를 보증하는 것은 운명이라 한다. 그러나 세계 역사 속에서의 합목적성을 고려하여, 우리는 이를 섭리라고도 한다. 섭리는 자연의 과정을 미리 결정하고 이를 인류의 객관적이고도 종국적인 목적으로 인도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인과 관계의 심오한 지혜를 말하는 것이다. (P46)


제2추가조항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조항 : 공적인 평화의 실현 가능한 조건에 대한 철학자들의 준칙을 전쟁을 위해 무장한 여러 국가들은 충고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철학자에게서 가르침을 얻는 것은 대단히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철학자들에게 가르침을 제공하도록 암묵적으로(따라서 국가는 그것을 비밀로 붙이고) 유도할 것이고, 이것은 결국 국가가 철학자들로 하여금 (철학자들 스스로가 자유로운 발언을 저지당하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에) 복지 증진과 평화 수립의 보편적 준칙에 관해 공공연하면서도 자유롭게 견해를 피력하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P58)


부록1. 영구 평화에 관한 도덕과 정치 간의 대립에 관하여(P64)

정치는 "뱀처럼 영리하라"하고, 도덕은 (이 말을 제한하는 조건으로서) "그리고 비둘기처럼 순진하라"고 덧붙인다. (P64)

정략가들은 자신들이 실천적 학문을 겸비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그들은 단지 술책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현재의 지배적인 권력에 아부하며, 그렇게 해서 국민과 아마도 전 세계까지 팔아먹을 것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것이 정치를 하려고 할 때 모든 직업적 법률가(입법적 법률가가 아니라)가 취하는 행동 방식이다. (p68)

대개 다음과 같은 궤변적 준칙으로 귀착될 것이다. 1. 행하라. 그리고 변명하라 2. 만일 당신이 그것을 했거든, 부정하라 3. 분할하라. 그리고 지배하라 (p70)


부록2. 공법의 선험적 개념에 따른 정치와 도덕 간의 조화에 대하여(P81) "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관련되면서 그 준칙이 공개성과 일치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정의롭지 않다."(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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