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지음, 싱긋
술을 잘 못합니다. 즐기는 편도 아닙니다. 그래도 술이 매력적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만약, 술을 잘 마실 수 있는 유전자와 열정이 있었다면 인생이 좀 더 달라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책은 스카치위스키가 아닌 일본 위스키에 집중한 책입니다. 위스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에게도 좋겠지만, 아직 위스키 세계의 메인은 아니니 일본 위스키에 관심이 갈 때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책 한 권만 읽고 쓰는 글이니 적당히 걸러 읽으셔야 합니다. 무지한 사람이 전문적인 책을 리뷰하는 이유는 마지막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본 여행을 안 가본 사람보다 일본에 가본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일본은 익숙한 나라입니다. 도쿄를 비롯 오사카나 교토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온천과 엮인 규슈나 홋카이도까지 점점 다양한 지역과 테마로 일본 방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를 굳이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듯 책에서 일본 위스키 양조장을 찾아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주를 생산하는 곳도 이만큼 매력적인 환경과 이야기와 즐길 거리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스키를 즐길 줄 알았다면, 일본어를 잘할 줄 알았다면 얼마나 풍성하게 이 책을 즐길 수 있었을까 싶네요. 일본 각지의 유명한 양조장을 직접 방문해서 찍은 사진과 인터뷰, 위스키 브랜드, 각 브랜드의 역사와 이야기를 한 껏 묶어서 한상 내옵니다. 보기 좋은 메뉴판을 직접 받아보는 기분입니다. 이건 무슨 맛일까? 여긴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담긴 책입니다.
일본 위스키의 대표라면 야마자키인 것 같습니다. 다케츠루 마사타카는 야마자키를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그렇다고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90년대의 일본이 뿜어낸 전성기를 만들어낸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사람입니다.
1894년에 태어난 그는 1918년 1차 세계대전 말기에 일본을 떠나 미국을 통해 영국으로 건너갑니다. 위스키를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여인 리타를 만나 결혼해서 돌아옵니다.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일하던 것을 끝내고 1936년에 홋카이도 요이치에 자신의 증류소를 세웁니다. 그리고, 1940년 첫 위스키를 생산해 냅니다. 1961년 부인의 사망, 본인은 1989년 사망합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급성장한 일본의 왕성한 성장기를 인생으로 보여준 사람입니다.
요이치 증류소 모습은 중세 유럽의 건물처럼 보입니다. 벽돌과 깊은 버건디색의 지붕. 이 증류소 건물 중 여러 개가 2021년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으로만 보는데도 가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건물입니다. 그곳에는 일본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서양풍의 집처럼 생긴 마사타카의 집도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그의 흔적. 맛은 보지 않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위스키는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홋카이도에 가면 '요이치 증류소'는 가봐야 할 장소로 기억해 두기로 했습니다.
소개된 여러 증류소 중 이곳을 소개하는 이유는 가장 매력적으로 남은 '시음장'때문입니다. 위스키의 종류와 맛에 대해 설명할 자신은 없지만 '이런 곳이라면 꼭 한번 가서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와 테이블 높이가 같은 Mellow Bar
1층 증류시설을 뒤로 하고 시음공간, "The Mellow Bar'에 들어서면, 여기가 증류소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 바다, 사구는 분명 증류소 밖에서 봤던 풍경인데, 여기에서 훨씬 아름답게 느껴진다.
긴 사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11미터 테이블에 앉으면 수평선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바다가 보이는 횟집만 봐도 '좋겠다'고 말하는데 11미터의 긴 테이블, 그 테이블의 높이가 바다와 맞닿아 있고, 바다를 바라보는 통창의 자리에 앉아 위스키 한잔이라면. 기꺼이 내 남은 시간 일부를 지불할 생각이 듭니다.
후배가 저자입니다. 능력 없는 선배지만 먼저 책을 내봤다는 이유 하나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줬고, 고맙다고 사인도 해서 책을 주니 안 읽어 볼 도리가 없죠. 미안한 마음은 위스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얼마나 제대로 설명했는지, 충실한지 이런 이야기를 해 줄 능력이 안됩니다. 그저, 제 수준에 맞게 끌리는 대로 남은 대로 리뷰를 쓸 밖에요. 기자 출신 후배의 글은 읽기에 깔끔합니다. 그리고, 직접 가서 찍은 사진들이 풍성히 들어 있어 보는 맛도 있습니다. 그저 위스키를 잘 모르는 저의 무지를 읽는 내내 탓했을 뿐입니다. 증류기에 대한 설명, 위스키의 종류, 숙성과정, 제조 과정 등등등 알아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위스키를 좋아하면서, 일본이 친숙한 사람입니다. 저에게 이 책은 마치 '일본 여행 어디까지 해봤니?'처럼 읽혔습니다. 일본 위스키는 90년대 제가 느꼈던 앞선 나라의 저력이 그대로 녹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갈 기회가 온다면 가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증류소는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책을 받은지는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