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산이 없었다면 담배를 다시 피웠을지 모른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다. 숙취다. 토요일 여의도 집회 후 심란한 마음을 담배가 아닌 술로 달랬다. 소주 한 병, 위스키 반 병. 머리가 무겁고 속도 좋지 않다. 순두부찌개로 해장을 하니 조금 나아진다.
얼그레이티를 끓이고 꿀을 조금 넣은 후 보온병에 담는다. 보온병은 작은 배낭에 넣고 등산복으로 갈아입니다. 해장 등산. 청계산으로 향한다. 매봉 정상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저곳 눈이 얼어 바닥이 미끄럽지만 새로 구매한 등산화와 등산스틱이 유용하다. 모두 담배 끊고 산 등산장비다.
매봉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본다. 격동의 어제는 없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원래 이렇게 조용한 나라였는데, 담배보다 해로운 정치인들이 나라를 시끄럽게 뒤흔들고 망가트리고 있다. 속상하다. 담배처럼 태워버리고 싶다.
그래도 차갑고 깨끗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니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고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 때문에 산을 찾는다. 다만 좋아하는 등산을 해도 마음속 천불은 진정되지 않는다. 날이 춥다. 마음도 차다. 내려가서 막걸리 한 잔 해야겠다.
금연 84일 차
하루 종일 담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담배가 떠난 듯 하지만, 심한 스트레스가 오면 여지없이 담배가 생각난다.
금주을 끊낸 후 다시 술을 마시는 날이 늘고 있다. 다시 금주를 해야 할 거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