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내가 왜 이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 앉아있어야 하나
여의도 집회에 다녀왔다.
탄핵, 계엄, 체포, 구속. 평범한 일상이라면 듣지도 읽히지도 않을 단어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실정.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집회 인원 한 명 추가뿐이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난다. 춥다. 손끝이 아리고 무릎도 시리다. 등산용 방석을 깔고 내복도 입었는데, 아스팔트의 냉기가 느껴진다. 내가 왜 이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 나와야 하나. 그래서 더욱 화가 난다.
무지, 무능, 무도한 것도 화가 나는데, 헬기와 장갑차를 앞세워 계엄을 선포해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했다.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다.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의 손에는 촛불대신 K팝 가수 응원봉을 들었다. 집회가 아니라 공연에 온듯하다. 나에게는 꽤나 이채로운 광경이다. 집회 문화가 달라졌다. 집회가 축제가 됐다. 즐기면서 탄핵한다. 로제의 <아파트>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며 춤을 춘다. 흥겨운 저들은 지치지 않는다. 어른이 망친 나라를 응원봉을 든 새로운 세대가 지켜내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젊은 친구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그리고 감동적이면서 감격스럽다.
다만 결과가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10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내란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대통령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이 아닌 대통령의 곁에 선거다. 화가 난다. 담배가 피우고 싶다. 어쩌면 국민을 등진 정치인들이 담배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그냥 담배 피울까 보다.
금연 83일 차
노력
너무 화가 나서 담배 대신 소주를 마셨다. 술을 마셨더니 담배가 피우고 싶다. 제발 탄핵 좀 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