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그놈' 때문에 금연이 너무 어렵다
담배를 끊는 데 있어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다. 나는 그동안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었고, 이게 습관이 됐다.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담배를 피우면서 정신적 안정을 원했던 것 같다. 사실 담배는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기는 하다. 담배를 깊이 마시고 내뱉는 과정에서 정신적, 심신적으로 안정감 같은 것을 느끼기는 한다.
금연 87째인 오늘.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특별한 일상은 없다. 그런데 나라가, 국가가, 대통령이, 특정 정당이, 특정 정치인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다. 이렇게 사람이 죽일 정도로 미울 수 있을까? TV, 인터넷, 유튜브, SNS 등 내가 접하는 모든 방식의 미디어가 '그놈'과 그를 추종하고 방어하는 인간을 향하고 있는데, 그놈은 어디서 뭐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이 추운 겨울에 아스팔트에 앉아서 고래고래 소리치는데 '그놈'은 어디서 술을 처마시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열불이 난다. 내가 왜 단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찍은 적도 없는 '그놈' 때문에 이렇게 고통받고 열받고 스트레스받아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냥 탄핵될 때까지만 담배 피울까?
87일 금연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지금이다. 제발 빨리 그놈과 그를 추종하는 모든 세력들이 담배연기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
토요일마다 여의도로 나가기 위해서 메리노 울 내복을 샀다. 꽤 비싸다. 젠장 안 사도 될 걸 '그놈' 때문에 샀다.
금연 87일 차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음주는 금연에 가장 큰 장애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차라리 술을 마시자'라는 생각이다. '그놈'만 아니면 술도 안 마실텐데, 정말 건강에 해로운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