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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QUE Sep 20. 2024

흡연자는 어디에나 있다

3. 국가가 인정한 비흡연자

흡연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추석 연휴에 금연을 시작한 이유는 흡연의 기회 상실이다. 가족들 앞에서 담배를 꼬나물 수는 없지 않나.

우선은 계획대로 됐다. 담배를 물지 않았으니 성공이다. 그런데 연휴 이후가 문제다. 나는 이제 곧 담배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바로 내일부터다.


오늘은 책을 읽었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확실히 담배 생각이 덜 나기는 한다. 글자 한 자 한 자를 곱씹으며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하려 꼼꼼히 읽는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가 어느 순간 세상과 약간은 단절되는 것 같은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물론 책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데 손에서 잠시 책을 놓을 때마다 끽연의 충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때는 무엇이든 입에 넣어줘야 한다. 시큼하고 상큼한 그리고 달달한 것이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을 잘 지워주기는 한다. 그런데 내 작은 냉장고에는 이런 게 없다. 마실 수 있는 건 양파즙과 물, 씹을 수 있는 건 꽁꽁 언 떡(추석 선물)뿐이다. 흡연자들은 대체로 군것질을 잘하지 않는다. 주전부리 씹을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냉장고가 취향이 아닌 생존이다. 뭐라도 사다가 넣어야겠다.


길거리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담배 피울 때는 몰랐는데, 원래 흡연자들이 이렇게 많았었나 싶다. '국가발전지표'를 찾아보니 2022년 전체 인구 중 17.7%가 흡연인구란다. 생각보다 낮은데, 길거리엔 담배 피우는 사람이 흔하게 볼 수 있다. 조사가 잘못된 거 아닐까? 아니면 2년 사이 흡연인구가 늘었나? 되도록이면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게 금연에 유리하다.


'국가발전지표' 홈페이지를 보니 재미있는 게 있다. 흡연자를 정의하고 있다.

만 19세 이상 인구 중 현재 흡연하고 있는 인구의 비율임. 현재 흡연자란
평생 담배 5갑(100개비) 이상을 피웠고 현재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말함.

나는 평생 100개비 이상을 피웠지만, 현재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국가가 정의하는 비흡연자다.





금연 3일 차


증상

1. 담배 생각이 덜 나기는 한다.

2. 입맛이 약간 좋아진 건지, 입이 심심한 건지 무언가 먹을 걸 찾는다.

3. 서랍에 담배가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자꾸 서랍을 열어본다.


노력

1. 물을 많이 마신다. 물이 담배 생각을 줄여주기도 하거니와 냉장고에 먹을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 이전에 몰랐는데 영화나 OTT에는 담배 피우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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