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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QUE Sep 20. 2024

나는 왜 금연하는가?

4. 세금을 내는 게 정말 싫다

나는 왜 금연을 하는가?

생각지 못했던 질문에 맞닥뜨리게 됐다. 첫 번째 고비라고 생각했던 금연 3일을 넘기고 4일 차에 접어들면서  약간은 안이해졌다. 그 찰나의 순간을 내 몸속에 남아 있던 니코틴들이 빠르게 파고들어 파열을 내면서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금연을 하는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면 나는 다시 흡연자가 될지도 모른다.


1. 피울 만큼 피웠잖아_ 담배를 25년 정도 피웠으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 인생에서 담배만큼 오래 해본 것도 없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담배야 함께 했으니 이젠 그만할 때도 됐다.


2. 귀찮아_ 담배와 라이터 또는 담배와 전담 기계를 들고 다녀야 한다. 집에선 피울 수 없으니 나가야 하고, 사무실에서 피울 수 없으니 또 나가야 한다. 비라도 오면 번거롭고, 추우면 옷 입는 것도 귀찮다. 세상 귀찮은 걸 싫어하는 내가 그동안 담배를 피운 게 용하기도 하다. 이젠 귀찮아서 못 피겠다.


3. 눈치 보여_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신경 쓰인다. 실제로 흡연자들에게선 냄새가 난다. 아무리 가글을 하고 손을 잘 씻어도 폐부 깊숙이 침투한 니코틴과 타르가 날숨 사이에서 묻어 나온다. 사실 담배 냄새는 흡연자들끼리도 싫어한다.


4. 세금이 아까워_ 담배 가격의 74%가 세금이다. 담배 사는 돈은 그다지 아깝지 않은데, 이게 대부분 세금이라니 뭔가 아깝다. 국가가 국민 건강을 담보로 세수를 늘리는 거 아닌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며 금연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가장 높은 세수를 올리기 위한 담배 가격 정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원한다면 아예 담배 판매를 금지하거나, 가격을 1 갑당 2~3만 원으로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


이외에 부수적으로 금연은 건강과 피부가 좋아진다고 하고, 금전적으로도 연간 130만 원 정도 줄일 수 있다.  금연은 사실 장점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는 내 것인데 흡연 때문에 누리지 못했거나 놓친 것들이다.

그러면 반대로 생각해 보자.

흡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는 많지만, 흡연을 해야 하는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chatGPT도 흡연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답변하지 못했다. 내 몸속의 니코틴들이 봉기하여 담배를 너무 피우고 싶게 만든다면, 그때 '흡연해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면 된다. 흡연해야 하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다.



금연 4일 차


증상

1. 순간순간 문득문득 담배 생각이 난다. 무언가 아련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슬퍼지기도 한다. 생각을 떨쳐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2. 담배 피우는 사람을 흘깃흘깃 보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걸 찾았다. 모두가 어두운 표정이다. 밝은 표정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나도 4일 전에는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노력

1. 뭔가 계속해야 한다. 뭐든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아니면 뭐라도 해야 한다.

2. 마트에서 과자를 샀다. 과자를 구매한 게 몇 년 만인지 모른다. '짱구'를 샀다. 바삭 달달 맛있다. 스티커도 있다. 휴대폰에 붙였다. 귀엽다. 이렇게 뭐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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