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낼 때…
최근 언론에서 많이 거론되는 광주형 일자리를 보면서 많은 호기심과 함께 변화의 속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국내 첫 노사 상생형 지역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가 지난 9월 15일 양산 1호차를 생산하였습니다. 올해 4월 광주 글로벌 모터스(GGM)의 완성차 공장이 준공된 지 5개월 만입니다.
6~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노동조합’의 결성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모, 삼촌 세대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주일에 6일 이상을 근무하면서 자식 세대를 키우면서 부모님 세대를 봉양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인 이슈로 자리 잡은 ‘노인빈곤’은 부모님 세대들이 정작 본인들의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큽니다.
시간이 흘러 노조는 대학가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지식인 계층들이 유입되면서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연대투쟁을 하기에 이릅니다. 군사독재 정권에 대항하면서, 이와 동시에 자본가 계급과 투쟁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합니다.
“모든 인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인민은 더욱더 평등하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계급적 투쟁의 결과 본인들이 초기에 목표로 했던 소기의 성과?를 이룬 노동조합은 권력화 된 집단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어느덧 현 정권도 눈치를 보는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권력화 된 노조… 이름하여 ‘골리앗’의 폐해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문제는 이제껏 이에 대한 해법 내지는 대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답답한 현실 속에서 젊은 세대들은 취업난에 좌절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득권, 기성세대의 프레임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며, 도전적인 입장을 나타내곤 합니다. 이름하여 ‘다윗’의 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들의 유입이 아니더라도 젊은 세대들의 유입과 사회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젊은 세대의 목소리는 나름 이유 있는 항변이 될 수 있습니다.
가난은 대물림
음서제 뺨치는 스펙 쌓기 경쟁
소수의 금수저를 위해 다수의 흙수저가 투입? 되는 사회구조
제행무상(諸行無常) : 우주만물은 한 모습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항상 변화함.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인생무상과도 같은 맥락.
초반에 언급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며,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공급망 위기’ 현상은 세계 주요 선진국들로 하여금 자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의 근거이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반도체 대란, 2차 전지 공급망 이슈 등만 보더라도 과거 값싼 노동력과 파격적인 세제혜택에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였던 다국적 기업들은 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세계 주요국 기업들의 동향과는 정반대로 국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는 더욱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 규제, 그리고 경직된 노사문화와 고용환경이 주요 이유입니다. 이렇게 하나둘씩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이전하여 해외로 나가버리면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게 되고, 해당 지역의 고용환경이 악화됩니다. 고용환경 악화는 곧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요즘 지방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 지역 소멸과도 연관되는 큰 문제입니다.
과연 지역 경제가 소멸 위협에 처한 상황에서도 노조는 계속해서 본인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많은 경우, 공장은 이미 해당 지역을 떠나고 없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이번 광주형 일자리는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의 적정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 바로 그것입니다.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개념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적정 임금 ,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으로, 고임금 제조업으로 여겨지는 완성차 공장을 짓되 임금을 줄이고 그만큼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회사가 제 궤도에 올라가면 회사의 실적이 연동해 근로자들에게 이에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 대 달성시까지 한다'는 조항을 그대로 두되 보완할 수 있는 부칙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과를 낸 만큼 보상받는다는 원칙을 살려놓았습니다.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의 ‘AUT0(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2001년 경기 침체로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하자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자고 노조에 제안했고, 노조는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이는 당시 5000명의 실업자를 기존 생산직의 80% 수준인 월급 5000마르크(약 300만 원)에 정규직으로 채용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독립회사로 설립된 AUTO 5000은 이후 7년간 '티구안'과 같은 폭스바겐 주요 모델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등 순항을 거듭하다가, 고용위기가 끝난 2009년에는 폭스바겐 그룹에 편입되었습니다.
세상이 변화할 때 이에 대한 대응자세는 크게 2가지입니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면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면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삶에서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고 타협 내지는 양보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