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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Jan 09. 2024

시니어 남성 교실

 새해는 요리 학원에 등록할 계획이다. ‘시니어 남성 요리 교실’이 인기다.

삼시 세끼 계속 외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건강한 식사를 하기 위해 역시 집에서 요리하여 먹는 게 제일이다. 과거 내가 살아온 세월에서는 남자들에게 요리란 금기였다. 심지어 부엌에 드나들게 하지도 못했다. 아내가 없으면 자식이 끼니를 챙겨주던 과거의 대가족 제도는 이미 자취를 감춰 버렸다. 요리는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기초 요리 학원에 등록하려고 한다, 기초 요리 학원은 세탁기 돌리는 법, 밥 하는 법, 빨래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이다.


아무리 반복해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이다. 아내가 손주 두 명을 돌보고 있어서 아내가 외출하면  사 먹어야 한다. 아침은 우유, 달걀, 빵, 떡 등으로 준비해 놓고 나가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기 싫어도 꾸역꾸역 먹는다.


점심시간 한창 바쁠 때 혼자 식당 자리를 차지하면 미안하다. 손님이 만원인 집은 아예 들어갈 생각을 못한다. 그러다가 좀 마음이 끌리는 데 들어가면 종업원에게 앉아도 되냐고 꼭 물어보고 앉는다. 잘못 앉으면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무시 못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육천 원에 먹을 수 있었는데 칠천 원 이하는 안 보인다. 육개장 순댓국같이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뿐이다. 점심시간 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엄마가 해 주던 집밥을 먹고 싶어 백반집에 가고 싶지만, 하는 곳이 드물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인가 보다. 혼자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곳도 드물다. 요리를 배워서 사위와 손자들을 불러 함께 먹고 싶었다.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아내에게 넌지시 물으니 단호히 반대한다. 남자가 할 일이나 하라고 한다. 자기 살아 있을 때까지 안 된다고 하면서.


내가 요리를 배우면 부엌에서 설치고 잔소리할 게 뻔하기 때문일까? 예전에 싱크대 정리가 안 됐다고 잔소리한 기억 때문인지 모르겠다. 시어머니 훈수보다 남편의 잔소리가 더 지겹다고 했다.

남자는 부엌 근처에 얼씬도 말라는 건 옛날얘기다. 요리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히려 요리하는 남자가 더 섹시하다는 ‘요섹남’의 시대. 

새해는 요리 학원에 등록할 계획이다. ‘시니어 남성 요리 교실’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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