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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Jan 09. 2024

테니스는 인생의 축소판

손가락이 어는 영하 12도에도 공을 친다. 테니스 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한다. 눈이 와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눈을 쓸어 가면서 공을 친다. 비가 온 다음 날은 공을 칠 수 있는지 궁금해 관리실에 새벽 6시부터 전화가 빗발친다.


공을 친 지 40년이 됐다. 제대로 레슨을 받고 시작하진 않았다. 그 당시 레슨비가 비싸 엄두를 못 냈다. 폼은 40년 전이나 마찬가지 엉성하다. 젊을 때는 잘 치기 위해 공을 쳤으나 지금은 건강을 위해 친다.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들었지만 건강을 위해 했다. 술 마시고 일어나기 힘든 날도 한 게임이라도 하고 출근했다. 탁구보다 파괴력이 커 스트레스 해소에 좋아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테니스를 치면 다양한 분야에 있는 친구와 어울리며 인생을 1.5배 더 즐겁게 살 수 있다. 만 원이면 코트 사용료 내고 점심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나쁜 점은 무릎과 팔 부상으로 통증 클리닉에 안 가 본 사람이 없다. 테니스가 신사적인 운동이라고 하지만 세이프 아웃으로 다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테니스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 보통은 클럽에 가입해 공을 쳐야 하고 회원 가입은  우선 품성 있고, 실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공을 잘 쳐도 다른 회원들과 다투고 예의 없으면 가입을 못 한다. 그런 절차를 밟고 나면 공 잘 치는 사람이 왕자다.  돈 많고, 공부 많이 한 사람도 공을 못 치면 서러움을 받는다. 


공을 다루는 운동들은 대부분 상대가 있다. 코트 안에 공을 넣어야 하고, 상대방의 실수를 끌어내야 하고 사각의 링 위에 올라간 복서처럼 그 안에서 상대와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은 인생을 닮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기려고 작정하면 지고, 상대에게 편하게 져주려고 했을 때 오히려 이긴다. 인생살이와 같다. 그래서 테니스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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