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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Jan 17. 2024

휴대폰 대리점 사업을 하다

부동산 중개사 시험도 떨어져 실의에 차 있던 중 같은 동네 살면서  단학을 하며 사귀었던 K 씨를 만났다. 휴대폰 파는 사업을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K 씨는 단학 지도자이며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다. 영등포구청 근처에 사무실을 냈다. 판매 방식은 다단계 방식이었다. 큰 조직에서 퇴직한 사람들은 인맥이 많아 유리했다. 자본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다단계판매가 뭔지도 모르고 10명이 공동으로 사무실 내는데 나도 투자했다. 


 사람을 모집하여 교육하는 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방으로 버스를 전세해서 1박 2일 특별 교육을 받는 경우는 5만 원 정도 비용이 들어갔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적고 전단지를 만들어 광고했다. 우선 친지부터 권유를 시작했다. 동생이 조카와 함께 가입해 주었다. 형에게 갔더니 그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대신 술 한 잔을 사주었다. 대부분 친지들은 나의 체면을 생각해 핸드폰을 가입해 주었으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휴대폰 사업의 핵심은 기계 판매 수입이 아니고 통신 요금 사업으로 매월 통신료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대리점은 한번 개통하면 통신 수수료의 일정 부분이 계속 들어오는 구조다. 마치 밤나무 심으면 죽을 때까지 밤을 딸 수 있는것과 비슷하다. 휴대폰 대리점 사장 중에는 알부자가 많았고 위치 좋은 대리점은 권리금이 만만치가 않았다.

 

예상치 못한 큰 문제가 있었다. 최신 유행하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기가 어려웠다. 휴대폰 제조사는 통신사가 아니고 일정 수량을 삼성이나 LG 등에서 만들었다. 최신형으로 생산된 제품은 제일 먼저 대형 대리점으로 보내 졌고 네트워크 방식으로 판매하는 대리점에는 최신형 휴대폰을 구하기가 힘들었고 구형 핸드폰 뿐이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사업에 참여했으나 생각하는 만큼 사업이 진행되지 않자 많은 인맥을 가진 사업자가 한 둘씩 포기했다. 함께 일하던 사업자가 한쪽 라인에서 판매가 일어나지 않아 나도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나만 열심히 해서 되는 사업이 아니라 양쪽 라인에서 판매가 일어나야 수수료가 나오는 구조였다. 나를 믿고 따라오던 친지도 원망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떠났다.


판매 기본은 질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하는데 있으나 신형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한몫했다. 나도 네트워크 사업을 한다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했다. 


퇴직 후 사업을 하려면 마지막 사업이라는 각오로 충분히 시장조사와 판매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시작했어야 했다. 너무 사람을 믿고 내 판단이 없었다. 월급쟁이 생활만 하다가 사회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비싼 대가를 치뤘다. 투자한 돈은 없다고 하지만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기회를 놓쳤다. 친구 잃고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세월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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