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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Jan 19. 2024

교통 서포터즈

일자리 박람회에 가서 교통포스타즈를 하겠다고 신청했다. 주차 단속하는 일이다. 2009년  8월 3일부터 여의도 사무실에 나오라는 통보를 받아 여유 있게 간다고 갔으나 나보다 먼저 와 있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유니폼사이즈는 105㎝로 정하고 근로계약서 작성과 근무상 주의사항을 00 조장이 설명했다. 성격이 급하니 혹 실수하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겸손하게 부탁했다. 조장과 보조가 한 팀으로 대부분 전직이 관공서에서 간부급이상으로 구성되어 보인다. 목동역으로 2시 30분까지 이동하여 구역별로 단속업무가 시작됐다.


마음에 준비가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7시간 계속 걸으면서 단속업무 하다 결국 무릎에 이상이 생기고 말았다. 설악산 하산길에 무릎이 아파 다른 일행보다 1시간 이상 늦게 도착한 악몽이 되살아났다. 군대에서 유격 훈련받다 무릎 다쳐 카빈소총에 의지하여 걸어 다녀 개머리판이 모두 으스러지는 바람에 기합 받은 기억이 났다.


 한의원에서 침과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 이상 치료해야 한다 했다. 마음이 급해 다음날 통증 클리닉에서  하루 만에 회복했다. 같은 의사인데도 큰 차이가 많았다. 어렵게 구한 일자리가 예상치 못한 무릎부상으로 포기까지 각오하고 걱정했으나 강한 의지력과 훌륭한 통증클리닉 전문의를 만나 운이 좋았다. 호사다마( 好事多魔)란 말이 생각났다. 무슨 일이든지 좋은 일에 악마가 낀다는 뜻이다. 끝까지 끈기 있게 어려운 고비를 넘긴 나 자신이  참 대견하다. 


근무 2일째 처절하게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였고 3일째 날은 발가락,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으나 집에 와서 바늘로 소독하여 물집을 터트리고 물을 짜냈다. 월요일 근무는 구로동에서 10조 00조 장과 함께 재미있게 얘기하며 근무했다. 고향이 창신동에 나이도 같은 돼지띠여서 친밀감이 갔다. 서울 사람은 뒤끝이 없고 솔직하여 호감이 갔다. 단속 업무 조장들은 5년간 특별한 일없으면 계속할 수 있어 경쟁률이 만만치 않았다.

 


교통단속업무는 식사 시간 제외하면 6시간 정도 걸어야 했다. 하루 2만 보 정도는 족히 걸어야 했다. 운동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그러나 일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다. 누구의 잘못한 점을 지적하는 일은 항상 뒤 맛이 좋지 않았다. 가난아이가 아파 약국에 잠깐 들렀다거나 부득이 주차위반을 하는 경우는 눈을 감아 주기도 했었다. 


퇴직 전에 내가 주차 단속일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퇴직하고 나니 내가 일하고 싶어도 나에게 어울리는 일자리는 없었다. 체면이 문제였다. 자신만  낮추기만 하면 일거리는 있었다. 나를 낮추는데 10년 이상 걸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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