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나는 예수입니다』는 매우 도발적인 책이다. 역사적 예수의 삶에 덧씌워진 신화를 벗겨내기 위해, 성령잉태를 비롯해서 탄생과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재림과 같은 기독교의 핵심 서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천 년 가까이 서양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을뿐더러, 현재 많은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기독교를 향해, 사뭇 위험해 보이는 도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도전이 전 세계적으로 최초이거나 유일한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무신론자이자 합리주의의 세례를 받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앞에서 말한 전형적인 예수의 서사를 부정하면서, 왜 그러한 서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사도 바울 등 초기 기독교를 만든 사람들에 의해 사실이 어떻게 조작되었는지를, 예수의 1인칭 독백이라는 형식을 통해 들려준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허구적 설정을 통해 도발적인 주장에 따른 충격이나 반발을 완화할 수 있는 매우 영리한 장치로 보인다.
가령 이런 식이다.
“나의 하나님은 민족의 신, 종족의 신, 야훼가 아닙니다. 我를 구하기 위해 他를 몰살시키는 대립과 저주와 살육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오직 사랑의 하나님입니다.”
기독교계에서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위 인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어느 지인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것으로 기독교계 반응의 일단을 짐작할 수는 있었다. “‘오직 사랑의 하나님’ 이렇게 쓰인 글이면 앞의 모든 부정도 투정으로 읽힐 수 있지요~^^” 나는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여기서 사랑의 하나님이란 나 이외의 신을 믿지 말라는 구약의 배타적 유일신이 아니라, 다른 종교나 다른 신까지 포용하고 존중하는 하나님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이에 대한 그 지인의 반응은 없었다. 내 말에 동의했다는 뜻인지, 도저히 대화가 안 되겠다는 뜻인지 알 수 없다.
기독교계의 공식적인 반응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책을 내고 도올 선생이 테러를 당했다는 말도 듣지 못했지만,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는 말도 전해지지 않는다. 무시 아니면 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