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라는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출판시장의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
과학에 관한 유시민의 신간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내 책(<우리를 배반한 근대>) 때문에 인터넷 서점을 평소보다 자주 들락거리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의 책은 출간 전부터 예약판매만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으며 출간된 지 보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유시민 책이 메시나 음바페라면, 종합순위는 차치하고 하위 카테고리에서조차 며칠 얼굴을 내밀다가 점점 밀려난 내 책은 동네 조기축구 선수? 기껏해야 K-리그 선수일 테다. 그러니 엄청난 연봉과 인기의 차이는 부럽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책들을 검색하다가 그의 책을 알리는 ‘팝업광고’를 접하는 순간 은근히 부아가 났다. 아니, 그의 책은 가만히 놔두어도 매출이 팍팍 오를 텐데 굳이 광고까지 해야 하나? 얼마나 떼돈을 벌겠다고 이렇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걸까? 야구경기에서 10대0으로 이기고 있는 팀이 9회초 한 점을 더 내겠다고 번트를 대는 상황이랄까, 축구경기에서 5대0으로 이긴 팀이 후반전 내내 침대축구를 하는 형국이랄까. 아니 무엇보다 내 머리를 스친 건,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가 ‘이마트 에브리데이’니 ‘노브랜드’니 하는 자 브랜드를 내세워 골목상권까지 털어가는 장면이었다.
과학을 일반인들을 위해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라면 유시민 책으로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을 테고, 내 책처럼 정치/사회 카테고리에 속한 책들은 그 영향을 직접 받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온 독자를 다 휩쓸어가려는 듯한 그 마케팅 전략의 영향권에 있지 않을까?
이마트 같은 재벌그룹의 대형마트도 격주 일요일을 쉬는 등 골목상권이나 재래시장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에 동참하고 있다. 물론 턱없이 미흡하긴 하다. 유시민이라는 대형마트는 골목상권/재래시장(즉 군소출판사나 무명작가)의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출판사에서 각종 광고/홍보/마케팅/이벤트를 벌이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출판시장도 시장인 만큼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시민이라면, 그리고 그의 책을 낸 출판사라면 뭔가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유시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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