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리는 대로 하는 것이 좋은 것이여!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얻은 지혜
1.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을 읽다가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인용한 대목이 눈길을 확 잡아당겼다. 이런 것이 바로 카프카가 말한 '도끼의 순간'인가. 아니 카프카는 "책은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임에 틀림없다"라고 말했으니, 눈길만 잡아당긴 걸로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것에 못 미치므로 도끼의 순간까지는 아니겠다. 하지만 그 비슷한 순간이기는 하다.
2.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것을 선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것을 향하여 노력하고 의지하며 충동을 느끼고 욕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노력하고 의지하며 충동을 느끼고 욕구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선이라고 판단한다."
강신주는 스피노자의 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사실은 스피노자에게 있어 코나투스나 충동, 혹은 욕망이 먼저이고 의식적인 판단은 그다음에 온다는 사실이다."
3. 그런데 강신주가 놓친 게 있다. 선 good을 빠뜨렸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선이라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판단(사유)보다 욕망이 먼저라는 의미를 넘어,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이 정당하다고 믿는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서 "꼴리는 대로 하는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4. 이런 해석에 따른다면, 윤석열과 한동훈 그리고 그 따까리들은 자신의 욕망이 선이라고 판단하고 굳게 믿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봐야 한다. "내 행동이 실은 악이지만, 그래서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고 상식에도 어긋나지만, 권력을 유지해서 우리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그들 중 일부라도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은, 스피노자에 따르면 없다. 그들은 그냥 자신들의 행동이 선이라고, 훌륭한 일이라고 굳게 굳게 믿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자성(스스로의 반성)을 전제한 어떤 요구도 씨알이 안 먹힐 것이다. 이재명에게 돈 주겠다는 말이 씨알도 안 먹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