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리다 Jul 06. 2023

조이스와 함께 춤을!

 A Little Cloud - 이 불쾌한 경이로움!

제임스 조이스의 <Dubliners> 단편들은 우리에게 어떤 사건의 마주침encounter으로 매번 절망의 늪에 

빠트린다. encounter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의 만남. 우연한 마주침, [남]과 대립하다는 뜻으로 in+contra(반대)로 이루어졌다.

<Dubliners>의 단편 중 A Little Cloud 는 정반대되는 성향인 두 인물의 encounter!

이 둘의 극명한 대조로 encounter의 효과가 가장 강렬하다. 


꼬마챈들러는 갤러허와의 만남을 몇 시간 앞두고 8년 전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그러나 반나절도 안 돼(오후 12시~21시5분경) 한 인간 내면의 극과 극으로 치닫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관찰하게 된다. 두 인물의 우연한 마주침은 ‘온화한 황금 먼지’ 속 평온했던 일상을 산산조각 내고 만다. 

반복된 일상을 깨트리는 낯선 공간으로의 우연한 만남은 익숙한 것들조차 낯설게 만드는 경이로운 마법을 일으킨다. 

 

a.직장(법률사무실 안)

꼬마챈들러는 지난 8년동안 변한 갤러허와 자신을 비교한다. 초라했던 갤러허는 런던 언론계의 총아로 변신! 그에 비해 자신은 시인의 꿈을 접고 ‘누대에 걸친 지혜의 짐’에 순응하며 안전한 삶을 택한 자신을 보며 비애gentle melancholy에 휩싸인다. 그러나 운명에 맞서 싸우는 것은 부질없다며 애써 자족한다. 


b.더블린 거리

더블린 거리는 마치 꼬마챈들러의 모습을 투영하듯 묘사된다. 꾀죄죄한 아이들, 생쥐처럼 쪼그려 앉은, 하찮은 벌레 같은 인간들이라 배경을 묘사한다. 그러나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콜리스 식당으로 향하는 사실에 현재의 기쁨으로 충만한 상태 full of a present joy. 특권층만 드나드는 그곳의 분위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평소 밤늦게 시내를 거닐 땐 불안했다. 때론 어두운 길을 찾아 공포를 극복하려 하지만 나지막한 웃음소리에도 이파리처럼 떤다. 겁많은 아이처럼...

방향이 꺾이며 거리가 전환되자 갤러허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이때부터 ‘이그네이셔스 갤러허’라 부르기 시작한다. 과거 갤러허는 방탕한 생활과 불미스런 돈거래로 런던으로 도피했다. 그러나 그의 대범함이 빛났던 일화를 떠올리며 감탄admire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이때부터 자신이 처음으로 우월superior 하다고 느끼고, 처음으로 거리를 역겨워한다. 거리는 인격화되어 가난하고 왜소한 집stunted houses이 남루한 코트를 입은 뜨내기들 같다며 딱하게 본다. stunted란 단어는 ‘성장을 멈춘, 왜소한’의 의미로 꼬마챈들러의 모습이 투영된다. 갤러허를 통해 자신의 시를 신문에 싣는 상상을 한다. 희망에 부푼 아이처럼like an infant hope  용감하게bravely 앞으로 나간다


c.콜리스 식당

막상 ‘이그네이셔스 갤러허’와 직접 만나 대화하자 전에 볼 수 없던 천박함에 환멸vulgar을 느낀다. 경쟁 속에 살아온 결과일 뿐, 아직 인간적 매력이 있다며 다시 선망enviously의 눈길로 바라본다. 갤러허의 승리한 삶을 듣자 그의 섬세한 성격의 균형이 뒤흔들린다eqipoise. 친구와의 삶의 대비가 날카롭게acutely 느낀다. 대범함, 직업적 성공, 국제적 경험, 개인적 자유! 그것이 부당unjust해 보였다. 갤러허의 출신과 학력은 자신보다 열등inferior했다. 그러나 기회를 놓쳤던 자신의  불행한 소심성timitdity을 탓한다. 리틀챈들러는 자신의 사내다움manhood을 과시하고 싶다. ‘내년엔 갤러허의 부부에게 행복을 비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자신은 이미 한 가정의 가장임을 과시한다. 이를 간파한 갤러허는 회청색 눈으로 리틀챈들러를 똑바로 바라보며 응수한다. ‘한 여자에게 묶’인 결혼은 ‘김이 빠져 맛이 없겠지, 틀림없이’라며 결혼마저도 부정당하고 만다. 


d.

집으로 돌아온 꼬마챈들러. 사진 속 아내의 눈. 무감각unconscious하고 열정도, 환희도 없는 그녀의 눈이 역겹고repelled 꼴 보기defied 싫어졌다. 액자 틀에 갇혀 있는 아내의 눈에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다. 성취되지 않은 자신의 열망에 사로잡혀 시를 읽어 내려간다. 시 운율에  젖어들고 있는데 아이(It)의  울부짖음에 갇혀 버린다. 자신이 무기 징역수임을 깨달으며 아이에게 분노를 발산한다. 아내의 등장으로 아기가 울음이 멈춘 후 꼬마챈들러가 울기 시작한다. 역할은 반전되며 연약하고 무력한 아이처럼 좌절한다.


챈들러가 갤러허를 만나러 가기 전 직장에서의 감정, 만나러가는 거리에서의 감정, 만나는 동안의 감정, 만나고 나서의 감정변화 흐름의 변화를 다시 조망해 보면,

만나러 가기 전 직장에서 운명에 맞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가 하며 비애에 휩싸여 있다가

챈들러는 갤러허를 만나러 가는 거리에서 그의 이미지를 관념속에서 이상화하자
‘For the first time in his life he felt himself superior to the people he passed.’
평생 처음으로 그의 옆을 지나쳐 가는 사람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고,
‘For the first time his soul revolted against the dull inelegance of Capel Street.’
처음으로 자신이 사는 거리를 역겨워한다.

챈들러는 갤러허라는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우월하다고 느끼지만, 그의 무의식은 거리의 모습이 인격화되어 자신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왜소한 집stunted houses이 먼지로 뒤덮힌 낡은 코트를 입은 뜨내기들 같다며 딱하다 생각하지만, 성장하지 못한채 인습에 갇혀 살아온 챈들러의 실재 모습이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 A poetic moment had touched him took life within him like an infant hope. He stepped onward bravely.어떤  시적 순간이 그를 사로잡았다는 생각만으로 희망에 부푼 아이처럼 온몸에 생기가 샘솟아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A light began to tremble on the horizon of his mind. 한줄기 빛이 그의 마음에 파르르 떨기 시작하더니 망상은 한없이 부풀어 자신이 시인으로 등단해 비평가들이 자신에게 쏟아낼 찬사의 문장을 만들다 엉뚱한 길로 들어선다.
낯선 마주침으로 향하는 공간 b에서 c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갤러허를 만나기 직전까지 자의식은 점점 부풀어 빵빵하게 팽창하다가 공간 c에서 실재의 갤러허를 만나고 나서부터 서서히 바람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갤러허와의 마주침으로 인한 챈들러의 자의식 왜곡, 타자들에 대한 감정, 공간의 인식 변화를 알 수 있다.                                         

 

진실 찾기로 몰고 가는 encounter의 경이로움!

d집의 공간에 도착한 챈들러. 갤러허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집이 이제는 상스럽고 감옥같은 집으로 벌거벗겨졌다. 실재의 모습을 자각한 꼬마챈들러의 분노는 아이에게 향하고,  일곱차례 아이의 울부짖음으로 인한 공포와 아내의 증오의 시선을 마주하며 수치심shame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What was it that stood in his way? His unfortunate timidity!"                                       

         그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의 불행한 소심함!


조이스는 사소한 일상을 고정해 놓고 의식의 변화를 집요하게 응시한다.

이 불쾌한 마주침encounter으로 허위의식에 가려져 있던 진실이 벌거벗겨지며 믿었던 모든 것이 붕괴한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아니, 보고 싶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 불쾌한 감정을 생생하게 복원시켜 놓는다. 환멸, 절망, 치욕,수치심의 불쾌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어 놓고는 결말엔 의식의 흐름을 갑자기 끊어버린다. 익숙한 일상을 낯설어 지며,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이 진짜 진실일까? 끊임없이 우리의 인간관계, 사소한 습관까지 잡음을 내며 지직거린다. 

진실은 늘 불쾌한 감정에 깃들어 있고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를 진실 찾기로 몰고 가는 이토록 낯선, 불쾌한 경이로움에 빠질 수 밖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