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nico의 이름으로 고독형에 처한다
'가슴 아픈 사건'은 < Dubliners > 의 11번째 이야기로 1905년 7월에 썼지만 거듭 개정되었다.
조이스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가장 많이 수정했다고 한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책에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독자들을 감염시켜 번져나가려는 본능!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는 ‘가장 어리석은 작가는 책(소설)에 모든 의미를 담아놓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번져나갈 수 없다는 것. 이에 반해 ‘좋은 작가는 ‘쓰기의 법칙’을 아는데, 그것은 책에 음식물을 되도록 안 넣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책(소설)이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라고 전제할 때, 쓰기는 ‘의미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비우는 것’이라고. 독자는 읽기를 통해서, 작가가 비워놓은 텍스트에 의미를 채워야 한다. 그러나 의미를 아무리 많이 넣어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이때 책의 번져나가려는 본능은 실현된다고... 롤랑 바르트도 조이스 문학은 ‘작가를 희생시켜 독자에게 자유를 선사’하기에 독자가 ‘쓰는 텍스트(writerly)’라 했다,
조이스가 마음에 들 때까지 한 수정 과정은 아마도 텍스트의 의미를 비워내는 작업이 아니었을까? 조이스는 ‘읽기’라는 행위에서부터 마비에서 깨어나길 원했던 것 같다. 모든 금기(~하지마)는 언어로 부터 시작됐으니 나를 가두고 있는 금기의 마비에서 깨어나려면 읽기의 규칙부터 깨뜨릴 수밖에!
이야기의 정확한 해석이 불가능해진 조이스의 ‘희생’ 덕에 자유의 고통을 어렴풋이 느끼고 만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차려 놓은 이 빈곤한 만찬의 매혹에 식탐을 내어본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라캉,<정신분석의 다른 측면>
1. 혐오의 거울에 비친 Duffy
모순투성이인 주인공 Duffy! 그의 사소해 보이는 말이나 행동, 상황 , 혐오의 감정을 단서로 그를 만나보자. 그의 실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Duffy의 집은 차가운 철제 가구와 삭막한 흑백 톤으로 돼 있고, 선반의 책들은 두께에 따라 아래에서부터 위로 정돈돼 있다. 금욕적이며 명료한 이분법적 사고의 소유자로 자신의 기호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인물로 유추된다. 세면대 위의 얼굴만 비출 수 있는 작은 손거울과 더피의 머리와 얼굴만의 묘사는 육체를 소외, 부정하면서 ‘오직 정신적인 삶 spiritual life만’ 중시하며 사는 그의 모습과 일치한다. Duffy는 육체적, 정신적 무질서를 나타내는 그 어떤 것도 혐오한다. Mr. Duffy abhorred anything which betokened physical or mental disorder. 이 무질서의 혐오는 어디서 오는 걸까? 자신의 행동을 ‘의심에 찬 곁눈질 doubtful side-glasses’로 응시하며 육체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며 산다. 사적인 일기조차 주어를 삼인칭으로, 술어를 과거시제로 거리를 두고 쓰는 묘한 버릇이 있다. 육체의 본능을 적대시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한다. 자신의 정신에 반하는 육체의 본능적 감각은 자신을 괴롭히는 ‘무질서’의 다름 아니다. 그의 이성의 잣대에 어긋나는 이 열등한 육체의 혐오를 견딜 수 없어 못 본 척 소외시킨다. 대신 이 무의식적 혐오의 화살은 자기 밖의 대상을 향한다. 대상을 혐오하거나, 과도하게 부정, 통제하면서... 그가 혐오하며 거리를 두는 대상과 부정하고 있는 것들은 그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Duffy는 도시가 비열하고mean, 가식적인pretentious 것처럼 보여 도시로부터 떨어진 Chapelizod에 살고, 잘난척하며 ‘번지르르한 젊은 애들이 없’는 식당에서만 점심을 먹는다. Duffy는 누군가를 혐오하면서 자신은 도덕적 우위에 있는 심판자가 되어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월감을 획득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를 꺼려하지만 그의 무의식은 사람들과 관계 맺고 싶어한다. 홀로 사는 그의 방엔 차가운 철제로 된 가구 사이에 유연한 등나무로 만든 의자가 네 개나 있다. 그의 꼿꼿한 이성‘firmly’ 뒤엔, 관계를 통한 부드럽고 따스한 감정을 욕망한다.
2. 성 정체성의 거울- 부정의 역설, 사소한 장난
흑백톤의 집에 유일한 색조, 검붉은 러그와 overripe apple의 향기. On lifting the lid of the desk a faint fragrance escaped–... an overripe apple which might have been left there and forgotten. 강력한 이성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의 본능은 책상 상판을 열자 곯은 사과향기가 탈출한다. 발치 밑으로 거리를 두고, 맛도 보지 못한 채 시들어 가고 있는 이 금기의 욕망은 무엇일까?
Duffy의 ‘삶은 모험 없는 이야기처럼 순조롭게 흘러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life rolled out evenly–an adventureless tale.’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모차르트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가끔 극장에 가는 것이 그의 유일한 ‘방탕 dissipations’ 이다. 그의 육체에서 세계로 활짝 열어 놓은 유일한 기관이 귀다.
어느 저녁 극장에서 두 숙녀 옆에 앉게 된다. 자신보다 한두살 아래일 것 같은 부인과 그녀의 딸.
“What a pity there is such a poor house tonight! It’s so hard on people to have to sing to empty benches. 관객 없이 텅 빈 의자에 대고 노래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노릇인데” 부인의 유일한 직접화법으로 앞으로 전개될 그녀의 운명을 스스로 예언한다. 그녀의 혼잣말을 Duffy는 자신을 향해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대화를 시작한다. 지적이며 수려한 외모, 그녀의 눈동자swoon of the pupil에서 예민한 감성 temperament of great sensibility을 포착하며 만남은 시작된다. 죄의식Sin을 가지고 만남을 시작한 그녀의 이름은 Sinico.
그들의 만남은 남녀 사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에로틱한 분위기로 넘쳐난다. 그들은 자주 교외의 별장에 단둘이 저녁을 보낸다. she allowed the dark to fall upon them, refraining from lighting the lamp. The dark discreet room, their isolation, the music that still vibrated in their ears united them. 그녀는 등잔을 켜지 않은 채 어둠이 그들 위로 내려 앉도록 두고, 어둡고 차분한 방, 고립, 음악이 그들을 결합시켰다. 우리의 기대를 좌절시키며 정신만 결합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시니코가 그의 손을 잡아 자기 뺨cheek에 대자, Duffy는 환멸을 느낀다. 깊어가던 그들의 관계는 반전되며 돌연 Duffy는 이별을 선고한다.
이성애적 사랑을 거부하는 Duffy의 반응을 통해, 그의 이기적인 나르시즘적 사랑이 타자와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타자와의 관계를 갈망한다. 방안에 4개의 등나무 의자, 자발적으로 나갔던 사회당 모임, 시니코와 헤어지고 난 뒤 적어 놓은 사랑과 우정에 관한 문장이 그렇다.
"Love between man and man is impossible because there must not be sexual intercourse and friendship between man and woman is impossible because there must be sexual intercourse."
남자와 남자 간의 사랑은 불가능하다. 성교가 있어서는 안되므로. 남자와 여자의 우정은 불가능하다. 성교가 있어야 하므로
더피의 아이러니는 육체를 끊임없이 부정하려 할수록 육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남성과 여성과의 관계를 성교의 유무로 정의하니 말이다. 이 부정문은 이렇게 독해 된다.
'남자와 남자의 성교의 사랑도 가능하고, 남자와 여자의 성교 없는 우정도 가능하길 바라고 있는' 육체의 감각을 혐오하며 그의 이성은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부정문으로 날조한다.
이외에도 그의 동성애적 성향은 시니코의 수려한 외모를 handsome으로 묘사하고, 일기장 표지에 장난으로 붙여 놓은 Bile Beans 상표는 당시 변비와 빈혈 등을 치료하는 대표적 여성 질환 치료제이다.
3. 감각, 감정의 소외- 삶의 마비
Duffy는 시니코와의 관계가 깊어지며 정치적 담론에서 사적인 대화로 진전된다. 그들의 대화는 귀에 울리는 음악과 함께 united 결합시켰다. 이 결합은 그를 ‘고양시켰고 모난 성격을 둥글게 했으며 그의 정신적 삶을 감정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와 함께 있는 그녀의 강렬한 본능을 자신에게로 점점 가까이 결합시키려 하자' ‘낯설고 몰개성적인 자신의 목소리’ 가 감정을 억누른다. ‘우리 자신을 내 줄 수 없다’고, ‘우린 우리 자신의 것이야’ 라며 진정시킨다. 그러나 시니코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그의 손을 그녀의 볼에 갖다 댄다. 감정에 인색했던 Duffy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온 몸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는 'very much surprised 엄청 놀랐다' 정신적인 관계만을 허용하는 Duffy의 선을 넘어서서 '그렇게 해석해버린 Sinico에게 disillusion 환멸을 느끼며 They agreed to break off their intercourse.교제를 끊기로 합의한다. 'every bond, he said, is a bond to sorrow 인연이란 하나같이 슬픔으로 가는 인연'이라며 자신의 나약함을 고상하게 포장해 이별을 고한다.
4년 후 Duffy는 평탄한 삶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그의 방은 여전히 질서정연하다.
하지만 이제 곧 자신이 느낀 감각들의 증거를 날조한 죄로 그는 감정의 참혹한 복수 앞에 내던져지게 된다.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형을 선고합니다!!’
프랑수아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한 구절이다. 마치 Sinico가 Duffy를 향해 외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