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1. 조이스가 제목을 세 번에 걸쳐 변경하면서 결국 clay로 정했다면 어떤 의미들이 중첩돼 있을까?
“Maria laughed again till the tip of her nose nearly met the tip of her chin and till her minute body nearly shook itself asunder....”
이 기괴한 모습의 마리아를 두 번이나 묘사한 이유가 뭘까?
clay : 죽음/ 감춰진 약점, 위선적인 상태
조이스는 종종 성서와 신화적 메타포를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성서적 의미의 clay를 찾아보니 창세기에서 인간 창조에 사용된 재료가 clay였고, 다니엘서에서 clay는 "감춰진 약점(Feet of clay)”을 뜻한다.
다니엘은 꿈을 해석하는 선지자로 느부갓네살 왕이 머리는 순금, 발은 진흙과 쇠로 되어 있는 조각상을 꿈에서 본다. 다니엘은 미래의 왕정시대의 상징으로 쇠처럼 강하기도, 진흙처럼 약하기도 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발은 이후에 10개로 나뉜 로마 제국인데, 어떤 이들은 쇠처럼 강했고, 어떤 이들은 진흙처럼 약해 부서졌다.”
여기서 유래된 "Feet of clay"는 ‘감춰진 약점, 숨겨진 결점’ 의미로 관용적으로 사용되었다.
2. "Very long nose" 거짓말쟁이 마리아
작품 서두에 마리아의 생김새 묘사 중 "Very long nose". 거짓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비유적인 특징이라 한다.
마리아의 이 긴 코는 웃을 때마다 턱 끝에 닿는다.
웃을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마리아의 모습에서 피노키오가 떠오르며 거짓 웃음이란 걸 암시한다.
마리아는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속이고 감추고 덮어버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결혼의 욕망을 어머니라는 상징적 지위로 숨기고,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타자들을 nice(12회)로 숨기고,
불쾌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기괴한 웃음과 요란한 몸짓으로 숨긴다.
겉보기엔 다 nice 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veritable peace-maker’ 라는 호명의 거울에 갇혀 자신을 끊임없이 소외시킨다.
“Maria laughed again till the tip of her nose nearly met the tip of her chin and till her minute body nearly shook itself asunder....”
끊임없이 자신을 기만하는 마리아의 숨겨진 결점(clay)은 그녀의 실존을 산산조각 내 버리고 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