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계절산문

여름휴가 가기 전에 읽을 그림책

북리뷰: 김진화 그림책, 여름이 오기 전에, 문학동네

by 시에나


덥다. 끈적인다. 선풍기를 틀고 가만히 있으면 견딜 만하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몸에서는 땀이, 속에서는 불이 솟구치는 계절, 여름의 한복판에 있다. 한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지내는 나라에서 몇 년간 살다 보니 작년엔 쨍한 한국의 여름이 반가웠더랬다. 올해는... 새삼 여름이 이렇게 지내기 힘들었던가 절감하는 중이다. 그래서 여름이 싫으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덥다 덥다 하다가도 8월 중순이 지나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또 마음이 쿵 떨어지는 나란 사람. 폭염에 장마에 모기에 매미 소리까지 안 좋은 걸 꼽자면 또 한이 없지만 그래도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여름휴가가 있어서다. 일주일을 통으로 쉴 수 있는 그런 호사는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기에.


그래, 어디든 가자!



김진화 그림책 <여름이 오기 전에>는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좋아하는 인형을 챙겨 “어디든 가자!”라고 얘기하는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를 담는다. 비록 “부러진 조각”이 되어버린 아빠는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설레는 아이를 막을 순 없다. 반면 엄마는 두고 온 아빠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함께 즐긴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 “엄마는 계속 전화를 하고 있어요.”라는 아이의 말이 심정을 대변한다. 시무룩해진 아이는 두고 온 인형을 찾으러 호텔로 돌아오지만 인형 ‘길쭉이’ 역시 원치 않았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이는 길쭉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이다 같은 바다” 초 5 큰 아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던 표현



청량함 그 자체! 올여름 그림책으로 집에 세워놓아야겠다



이 그림책의 매력을 말하자만 일단 표지가 예쁘다. 파란색 큰 폰트로 ‘여름이 오기 전에’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고 아래 반짝이는 윤슬 위에 떠 있는 엄마와 아이 모습이 즐겁고도 편안해 보인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여름 그림책다운 청량하고 시원한 표지다. 본문에서도 파란 하늘과 초록 바다, 아스라이 물든 노을빛까지 다양한 색감의 그림과 귀여운 일러스트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여러 분야 그림책에 그림을 그려온 작가의 내공이 엿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여름이 오기 전에>가 김진화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라는 것. 그림으로만 소통하다 글과 그림, 온전하게 내 이야기와 감성으로 채운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의 마음은 어떨까? 아마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지 않았을까? 출판사 서평에서 발견한 한 줄 “너덜너덜하게 사랑하세요!”에서 힌트를 발견한 것 같다.


『여름이 오기 전에』는 그동안 여러 분야의 어린이책에 개성적인 그림을 그려 온 작가 김진화가 지은 첫 이야기이자,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발아한 이야기이다. 길쭉하게 생겨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길쭉이’는 때로는 곁에 없는 무언가를 채워 주는 존재로, 때로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온전한 고유의 존재로 가족과 함께해 왔다. 낡아서 몇 번이나 새 몸으로 갈아입고, 여러 번 잃어버렸다 되찾기도 했지만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길쭉이의 여정을 통해 작가는 사랑하는 마음,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지닌 순수하고 무한한 힘의 모양을 그려낸다. 그 힘이 끝내 어긋나 버린 판을 무릅쓰고 서로에게 닿게 될 때 우리는 반짝이는 생의 환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기억의 한 조각을 놓아두고 온 여행지로 우리를 다시 데려다줄 이야기



2023년 상반기 참 열심히 달렸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무엇이라도 써보려고 시간을 쪼개고, 늦은 밤 졸린 눈을 비볐다. 자신을 부족함을 한탄하며 보낸 수많은 날이여, 당분간 안녕! 나는 내일이면 강원도로 떠난다! 그림책 속 엄마처럼 두고 온 일상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아이처럼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하며 “사이다 같은 바다”를 즐겨볼 작정이다. 잘 챙긴다고 하지만 결국 빼놓고 가는 것도 있을 테고, 잃어버리는 것도 있겠지. 하지만 먼 길을 돌아 결국 만나게 되는 것도 있으리라 믿는다. 아끼지 않는 사랑으로 서로에게 부지런히 닿으며, 반짝이는 생의 환희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에 이 그림책을 만나서 기쁘다.




* 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뭉끄 1기’에 선정되어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는 7월 그림책이었고요, 8월에는 또 어떤 그림책이 도착할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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