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 <나로 향하는 길: 열두 밤의 책방 여행>, 책구름 출판사
처음에 편집장님께 이 책에 대해 전해 들었을 때 즉각적인 느낌은 ‘부러움’이었다. 집중 육아기 10년을 보낸 엄마 작가가 홀로 책방 여행을 떠난다고? 아, 얼마나 좋을까. 그런 여행기를 책으로 써내면 그건 또 얼마나 재밌을까. 나도 그런 글 쓰고 싶다... 부럽다, 부러워...
몇 달이 흘러 책이 출간되었고, 궁금한 마음에 얼른 서평단에 신청해서 책을 받아보았다. 요즘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라 손들지 말지 고민도 됐지만 기대감이 리뷰 부담을 이겼다. 아이들도 남편도 강아지도 모두 잠든 밤, 침실 한 켠에 작은 테이블에서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한 장씩 읽어나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요새 심각한 책들 읽느라 긴장된 몸과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부드럽게 풀어진 느낌!
김슬기 작가는 나처럼 운전도 못 하고(완전 동질감), 게다가 멀미도 심해 원래 동네를 벗어나는 일도 잘 없다고 했다. 운전만 할 줄 알면 쓩 하고 어디나 갈 수 있는 세상에서 그녀의 여행은 고행길에 가깝다. 춘천, 청도, 서울, 경주, 양평, 파주, 평창, 강화도, 연천, 속초, 완주까지 전국 팔도에 있는 북 스테이를 도보로 걷고 버스를 타고(때론 버스를 놓치고) 택시를 불러 간다. ‘눈물을 닦으면 다 에피소드’라고 했던가. 남들이 매끈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 포착할 수 없는 울퉁불퉁한 디테일이 가득하다. 이 책의 재미는 여기에 있다.
또 하나 놀라운 점! 원래 혼여(혼자 가는 여행)를 표방하고 시작했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이 여행은 변경되고 확장된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예약해 둔 북 스테이에 도저히 갈 수 없었을 때 그녀는 취소나 연기 대신 남편을 보내야겠다는 결정을 한다. 남편과 깜짝 파트너(궁금하면 책을 읽어보시랍!) 의 대리 여행은 예상치 못한 뭉클함을 선사했다.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도 마찬가지. 원래 여행의 묘미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는 법! 따로 또 같이의 변주가 이 책에 풍성함을 더해준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해당 지역이 책방, 숙소, 음식점, 카페 정보가 빼곡히 잘 실려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재미와 감동과 정보가 잘 어우러져 누가 읽어도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엄마 독자라면 더더욱 강추! 육아 10년을 맞는 나도 이 책에 나오는 곳 하나씩 도장 깨기 하고 싶어진다. 홀로, 또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같이 가실 분…?
책을 다 읽고 나자 처음의 부러움은 사르륵 녹고 감탄만 남는다. 역시는 역시! 김슬기 작가님 좋은 책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책도 기대하며 기다릴게요. 애정하는 책구름 출판사 귀한 책 출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 밝은 독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책이 되기를! 암, 그럴만 하고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