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살깍기 2
나는 가능하면 혼자 치고 나가고 싶었다. 전편에서 이야기했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운동 삼아 나오는다는 이유는 178번째 이유고, 퇴직했고 다른 일거리는 없고 새벽에 잠은 일찍 깨서 나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이유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분들의 이유를 피해서 잔디를 밟고 싶었다. 나 또한 몇 년 후면 그분들과 같은 이유로 골프장에 나오겠지만,,,
내 나름대로는 일찍 티업을 해서 그 골프장에 제일 빨리 나가려고 하는데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홀을 가면 나보다 더 일찍 나오신 어르신들이 계신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를 먼저 보내주는 경우도 있는데 또는 경우에 따라서 혼자 치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나의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는 접대 골프를 쳐야 할 때도 있다.
혼자 골프 치러 나오신 어르신들이 본인도 혼자니 같이 라운딩을 하자는 것이다. 단둘인데 거절하기도 힘들고, 아침 일찍 나오면 몇 번은 만날 수 있는 분인데 모르는 척하고 지나치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네 저도 혼자인데 같이 치시죠'라고 하는 뒷말에는 많은 희생이 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아무리 봐도 OB인데 공을 같이 찾아주는 척은 해야 하고, 공이 잘 안 맞으면 위로도 해줘 야하고 어쩌다 가라도 파를 하면 더 큰 소리로 축하를 해줘야 하는 접대 골프를 쳐 야하기 때문이다.
접대골프도 좋고, 같이 라운딩 하면 공을 찾아주는 것까지는 좋다. 골프공이 헤져드로 들어가서 찾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골프공을 찾으러 들어가서 혼자 힘으로 나오질 못한다. 공에 대한 집념은 인정하겠는데 같이 치는 나는 그분이 계신 곳을 가서 거의 119 구조대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쉬웅을 하려면 리듬이 맞지 않는다. 물론, 핑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분들의 공에 대한 애착은 거의 애완구 수준이다.
골프 라운딩을 해 본 사람 중에 대략 예상은 하겠지만 18홀을 돌면서 이런 상황을 몇 번 정도 접할 같은가?
나는 프랑스에서 골프를 치면서 헤져드에서 공을 찾기보다는 인명구조를 위해 골프장을 도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할아버님! 심마니도 아니시고 거기 뭐 좋은 약초가 있다고 거기를 들어가셨어요?
한 홀은 내가 내 공을 찾으러 간사이에 아예 모습이 보이지가 않으신다. 대략적인 거리를 계산해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험한 능선에서 약초를 캐고 계시는 것이다.
그냥,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골프공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저분들은 공 찾고 줍는 재미로 골프장에 오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내가 불평을 할 이유는 없다.
어찌 됐던, 할아버님 항상 건강하시고요. 몇 홀을 스킵하더라도 앞에 연세 있으신 어르신들이 라운딩을 하고 계시면 슬그머니 지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