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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착은 현재 진행형 1

8976, 13, 670, 1:15

by 보르도대감

소제목에 달린 이 숫자. 8976, 13, 670, 1:15

도당채 이게 어떤 숫자 일까?

8976은 서울에서 파리까지 거리 Km,

13은 서울에서 파리까지 비행시간

670은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Km거리

1:15는 중국 항공 기내에서 쓸데없이 비행기 이륙시간을 기다린 시간.

프랑스 처음와서 2010.02.20 231.JPG

파리 공항에 도착을 하니 저녁 7시쯤이 됐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짐을 찾고 렌터카를 빌려서 공항을 빠져나오니 저녁 8:20분 정도에 하루 저녁을 머무르려고 공항 근처 호텔을 알아봤는데 방이 없었다. 공항 근처에 방이 없었다기보다는 "공항 근처 호텔 프런트 데스크가 9시가 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호텔에 도착을 해도 하루 묵을 방이 없었던 것이다"라는 공항 관광안내소에서 말해준 것이다. 물론 특급호텔은 가능하다고 했는데 우리 네 식구가 머무르는 방은 찾기가 쉽지 않았고, 방이 있다고 해도 하루에 80만 원씩 주고 잘 배짱은 없었다.

그래서 겨우 내린 결정이 그냥 보르도까지 차로 쏘자였다. 허벅지를 꼬집던 눈두덩이에 껌을 붙이던 그냥 보르도까지 달리자!라는 무모한 아빠의 결정에 가족은 아무 말 없이 따라줬다. 아무 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13 시간을 비행을 하고 피곤해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프랑스 처음와서 2010.02.20 243.JPG

프랑스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한국 휴게소에서 익숙하던 호두과자, 가락국수, 떡볶이, 어묵, 그리고 특히 "김용임에 고속도로 메들리가 없었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달려오는 시간이 새벽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차들은 정말 없었다. 혹시 차가 도로 중간에서 고장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다. 프랑스가 처음이라 말도 모르고 핸드폰도 없고 달리는 차들도 없고 어둡고,,, 여러분들이라면 만약 새벽 2시에 고속도로에서 사람이 차량 고장으로 세워주세요! 하면 세워 주시겠습니까?

휴~~ 지나간 이야기라서 웃으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프랑스 처음와서 2010.02.20 249.JPG

휴게소 중간에 차량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 펌프 앞에 섰는데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은 펌프 1,2,3,4 뿐이었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도와줄 사람 또한 없었다. 입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심한 욕만 빙글빙글 돌고 손은 어떤 동아줄을 잡아야 할지 망설이였다.

주변에 누가 있었야 뭐라도 물어볼 텐데 새벽 2시에 주유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한 참을 기다려서 다른 펌프에서 주유를 하려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주유는 해결이 됐다.

쉽게 한 줄로 요약할 스토리는 아니지만 여곡 절속에 보르도에 도착을 했다.

수많은 사연을 안고 보르도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20분. 도로에는 많은 차량들이 어디론가를 향해서 달렸다.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겠만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의 삶을 선망하거나 흉내 내서 살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보르도에 도착한 아침에 도로 선상에 밀려있는 수많은 차량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나는 너무 부러웠다.

그 사람들은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차 안에 앉아 있는 상황이지만 나는 달랐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뒷좌석에서 잠을 자는 아이들과 내 옆자리에 불안한 마음에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와이프를 책임져야 할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한국 같으면 아침 해장국집이라도 데려가서 가족들 요기를 할 텐데,, 프랑스에서 아침 8시 전에 밥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은 막걸리 파는 우체국을 찾는 일보다 어려울 것이다.

Capture.PNG

그나마 겨우겨우 찾은 곳이 40분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었던 맥도널드였었다. 이때 맛 본 맥도널드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맥였었을것이다. ㅎ

자, 지금부터 우리 가족이 프랑스 보르도에서 세렝게티 이상의 야생 생활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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