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살깍기 5
매일매일 몸무게 확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18홀을 걸어서 돌면 15000보 정도가 되고, 대략 1주일에 700g 정도 줄어드는 것 같다. 물론 더 먹고 덜먹고 이런 자투리 계산을 빼고 평균적으로 몸에서 한 근정도는 빠져나갔다.
그렇게 힘들지 않고 내 몸뚱이에서 1주일에 한 근 정도 빠져나가면 나름 괜찮은 다이어트 아닌가?
이렇게 골프에 재미를 붙여서 계획하지 않는 체중 감량이 돼가고 있었다.
핑계야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배 나온 사람한테 '왜 그렇게 배가 나왔어?' 하는 것보다는 '왜 그렇게 가슴이 들어갔어?' 하는 게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인 것처럼, 아침에 서리가 내려서 잔디가 얼어 공이 더 많이 굴러가면 마치 내가 장타자가 된 듯 우쭐할 것이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 공이 잘 맞으면 '역시 나는 골프에 소질이 있나 봐' 하고 무한 착각에 빠져들 것이다. 공이 안 맞으면 '골프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네' 하는 것처럼 골프는 대분의 핑계를 갖다 대면된다. 물론, 분명한 것은 핑계는 본인만 애절하지 듣는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마 핑계나 갖다 붙여서 나는 매일 골프장으로 향해서 살 빼려고 노력했다.
지난밤 천둥소리에 잠깐잠깐 눈이 떠질 정도로 비가 제법 내렸었다.
새벽에 알람이 울릴 때도 꾸준히 비는 부슬부슬 내렸다. 체중계에서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비가 온다고 골프를 가지 않으면 신부님의 좋은 말씀 듣고 헌금 안 하고 성당을 빠져나오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꾸역꾸역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이런 젠장, 살찐 게 죄야?' 그런데 생각해보면 살찐 것은 죄였다. '돈 없는 게 죄야' 돈 없는 건 죄가 아니다. 불편할 뿐이지. 돈을 벌고 못 벌고는 운이지만 비반은 본인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체중 감량에 임했다.
여기 보르도는 비가 오면 비 맞으면서 볼을 때린다. 골프 라운딩의 패션이라던지, 몸에 이런저런 액세서리라던지,,, 이런 겉치레는 전혀 상관없다. 비 오면 그냥 장화 신고 모자 눌러쓰고 잔디로 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렇게 비 오는 날엔 그늘집에서 따끈한 정종 한 잔 때리고 처마 끝에 내리는 비 발자국 보면서 어묵 한 입 물어뜯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여긴 그늘집 자체가 없으니...ㅎ
필드로 나가니 벌써 우산 받쳐 들고 땅 파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여기서 오늘 제목에 달았던 '궁하면 새로운 생각이 난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간 밤에 제법 비가 많이 내려서 잔디 곳곳이 침수가 되었다. 잔디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도 한계가 있나 보다.
그런데 그린 주변에 배수가 안돼서 물이 고여있으면 정말 난감하다.
차라리 오비가 나버리거나 또는 연못 속으로 공이 빠졌다면 바로 포기를 할 텐데, 눈에 아른아른 보이는데 손이 닿지 않는,,, 마치 내 마음에 쏙 드는 어여쁜 아가씨가 있는데 그 아가씨의 아빠가 조폭이라는 비유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ㅎ
고인물에 들어가서 공을 들고 나오기는 너무 번거롭게, 그냥 지나치자니 '날 버린 거야?'라는 골프공의 외침을 뒤로할 수 도 없고, 내가 갖고 있는 골프채로는 닿지 않는,,,
뭐랄까? 등이 가려운데 보조물 없이는 가려운 곳이 닿을 수 없는 곳이 가렵다고나 할까?
그래! 내가 갖고 있는 골프 채중에 제일 긴 게 드라이 번데, 드라이버가 닿지 않는 거리에 내 골프공이 떨어져 있다. 이 기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와닿지 않을 것이다.
자,, 그러면 지난밤 비도 많이 왔겠다 주변에 내 드라이버보다 더 긴 부러진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을 수 있으니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 예측이었고 쓸만한 나뭇가지가 없었다.
포기하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린 위에 꽂혀있는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거다.
'저 정도 길이라면 충분히 미친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바로 뽑아와서 골프공이 침수된 곳에 맨 끝을 뻗어보았다. 그런데 이럴 때는 꼭 길이가 조금씩 모자라요. 누어서 TV 볼 때 리모컨 찾으면 꼭 손가락 끝마디에 닿을 듯 말 듯, 옷장 밑에 굴러들어간 동전 또한 손가락에 닿을 듯 말 듯,,, 왜 신은 꼭 사람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TV 리모컨도 손에 닿을 듯 말듯하면 물개처럼 하면 꿈틀거리면 되는데, 발가락에 닿을 듯 말듯한 거리라면 끌어당기려 하다가 다리에 쥐가난다. 또 손으로 닿을 거리보다 조금 모자라서 어깨를 더 밀어 넣으면 옆구리 근육 뭉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30Cm 라,,, 그래, 아이언 7번을 왼손으로 지지하면 오른손은 30센티미터는 더 뻗어 닿을 것 같았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살아가나 보다.ㅎ
비가 와도 서리가 내려도 40킬로정도의 개가 달려들어도 나의 코로나 다이어트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