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의 50만 불

돈이 돈이 아니다.

by 보르도대감

'만약 내가 투명인간이라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 또는 내가 돈이 아주 많으면 뭐 할까?' 이런 쓸데없고 행복한 상상은 누구라도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나는 50만 불이 있으면 무엇을 할까?

요즘 환율 계산을 해보자. 오늘 환율로 대략 한국 돈으로 환전을 하면 6억 원이 넘는다.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의 50만 불의 이야기를 꺼낸 사연이 이렇게 펼쳐진다.

후세인이 미국 공격에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도망 다니다가 마지막에 토굴 같은 곳에서 미군에 의해 생포가 됐었다. 그리고 부와 영광을 누렸던 후세인이 미군에게 잡혔을 때 갖고 있던 돈이 50만 불이 전부였다는 뉴스를 통해서 본 적이 있다.

후세인에게 토굴에서 50만 불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그냥 삼각 김밥 또는 생감자라도 먹을 것을 갖고 있던 게 낫지 않았을까? 물론 50만 불로 삼각 김밥과 감자가 아니고 소시지도 구입할 돈이지만 토굴 안에서 지폐는 그냥 그림과 숫자가 써져있는 작은 종이다. 두루마리 화장지보다 사용하기 불편한,,

처음 우리 가족이 프랑스 땅을 밟았을 때는 나에게 중국 돈 그러니깐 인민폐밖에 없었다. 지난번에도 잠깐 설명을 했지만 내가 한국에서 온 것이 아니고 중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내 가방에는 중국돈이 전부였다.

외국인으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중국에서는 중국돈을 달러로 환전할 때 하루에 1500불 이상은 안 해준다. 지금은 조금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2011년 당시에는 그랬다. 그래서 중국돈을 그냥 갖고 프랑스로 왔다. 처음 프랑스 와서 사용할 돈이 있어야 하니깐 환전을 하려고 프랑스 은행에 갔다.

당당하게 돈 보따리를 등에 짊어지고 '오늘 환율이 어떻게 되나' 보려고 환율 전광판을 찾았는데 없다.

한국에 있는 은행은 모니터로 항상 표시가 되어있는데 여기 프랑스는 모니터는커녕 은행 직원도 보이질 않는다. 어찌어찌해서 은행 직원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영광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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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에게 중국 돈 보따리를 보여주면서 물었다. 'Foreign currency exchange please'

은행 직원은 나에게 한마디 짧게 “no we don’t have” 뭐 없었어? 이게 무슨 개미 다이어트하는 소리인가! 돈 가지고 와서 돈 바꿔달라고 하는데 없다니.

나는 다시 My Chinese money 하고 you Euro 하고 바꾸자고. 교통경찰이 사거리에서 교통정리하듯 손짓을 했다. 은행 직원은 나에게 손바닥을 흔들며 NO라는 표현만 반복했다. 사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은행 직원은 바이바이 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른 은행으로 찾아가면 되지 하면도 다시 은행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미국 돈, 영국 파운드는 환전을 해주지만 중국 돈은 환전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한 은행의 직원이 어디 어디 가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는 아마도 환전을 해줄 수 있다는 정보를 주었다. 하지만 왠지 점점 불안해졌다.

저기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나마 여기는 한국은행에서 흔하디 흔한 환전 전광판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였다. 환율표를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숫자가 너무 안 맞았다. 손해를 보는 정도가 아니고 거의 뺏기는 환율이었다.

내 차례가 왔다. 중국 돈을 유로로 바꾸려고 하는데 환율 적용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이때 하는 건가보다.

내가 한국 돈 1000만 원 정도를 바꾸면 나에게 860만 원 정도의 유로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2000만 원 바꾸면 340만 원의 차이가 나고 3000만 원이면,, 게다가 환전 수수료는 별도로 추가란다.

도저히 억울해서 환전을 할 수가 없었다. 안 바꿔~ 너무하잖아.

나는 공항에 가면 좀 낫겠지 하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런 공항은 더 심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강도라면 공항 환전소는 소말리아 해적단 수준이다.

짊어지고 있는 중국돈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만 지는 느낌이다. 돈이 아니고 돌 같은 느낌이었다.

이때 갑자기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전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 그 사람이 죽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권총 한 자루와 미국 돈 50만 불이라고 한다. 그 50만 불이 후세인에게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먹고 배가 부르는 음식도 아니고 두루마리 화장지보다 효율적이지 못한 종이 그 자체다.

모래언덕 111.JPG

그때 당시 내 옆에 있지만 쓸데없는 물건들이 무엇이 있나 정리를 해봤다.

1 머리빗 2 감자 3T.V 4 중국돈

빗은 내가 머리숱이 많지 않아 전혀 쓸모가 없다. 일 년 동안 한 번도 사용을 안 한다.

감자는 여기 프랑스에서 무지하게 싸다. 한 보따리(10Kg)에 한국 돈 4000원이 안 된다. 그런데 나는 감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T.V 는 보고 들어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어로 방송을 한다.

그리고 문제의 중국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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