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 별건가?
그냥 떠났다. 빠리 도착해서 잘 곳도 안정해졌고, 도착하면 볼거리도 많았지만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출발했다. 보르도에서 파리까지의 거리는 687Km 그 먼 거리를 차를 가지고 가는데 아무런 계획 없이, 그것도 혼자가 아니고 가족을 데리고 길을 나선다는 것은 나도 참 무모한 가장이다.
그렇다고 다른 특별한 방법 또한 없었다.
대사관도 가야 하고 무엇보다 급하고 중요했던 일은 중국돈을 빨리 유로로 환전을 해야 끼니라도 이어갈게 아닌가! 그냥 호텔방에 앉아서 멀건히 허공만 바라본다고 환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나오는 답도 없었다.
이럴 바에야 그냥 떠나자.
사람 사는 곳, 사람이 하는 일있은데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 완전 막무가내 정신으로 차에다 기름을 꽉꽉 밟아 넣고 대도시 파리로 출발했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동안 오로지 머릿속에는 환전과 환율 링 대부분을 차지했고 고속도로 카메라 과속 스피드, 대사관, 파리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이런 파리를 대표하는 단어들은 머릿속 뒤편에 쭈그리고 있었다.
'여행이란 계획 없이 떠나는 게 여행이다' 이런 개똥철학으로 스스로를 자위하며 자동차 액셀 레다를 밟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날씨는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지? 보르도 다리를 건너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야~~ 이건 아닌데, 와이프와 아이들은 나만 믿고 가는 파리 여행인데, 나는 아무런 준비 없고 한 술 더 떠서
비는 내리고,,,'내 상황도 모르는 비는 내 마음을 적시는 정도가 아니고 익사시키는구나!' 하면서 혼자 가슴앓이를 하며 북으로 북으로 향했다.
보르도에서 출발 시간이 오후 2시니깐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 두 번 쉬면 밤 10시 정도는 되겠군!
파리로 올가는 동안 날은 개기 시작했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준비해온 빵으로 배고픔만 잊었다.
GPS에서 남은 거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나의 긴장감은 반비례 하 듯 커져만 갔다. 고속도로를 무작정 달리는 것이야 하드웨어가 하는 일이고 숙소를 찾는 것은 소프트 웨어가 하는 일인데, 어떡하지?
나는 가려고 하는 호텔 주소도 없고, 프랑스어도 모르고,,,
파리에 들어서면서 아니나 다를까? 차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뒷좌석에 있는 아들내미가 던진 칼날 같은 한마디. ”아빠 우리 오늘 어디서 자?” 아 정말이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그리고는 “응, 거의 다 왔어”라고 뻔뻔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 어디를 거의 다 왔단 말인가? 되물었다.
그래도 가장이라고 아이들은 안심을 시켜야 하지 않은가. '호텔 예약을 했는데 거기가 중심지라서 차 들이 많네!' 하면서 아이들을 안심시킬 수밖에 없었다.
운전하고 가면서 저 많은 빌딩과 집들 중에 우리가 오늘 하루 머무를 수 있는 장소가 없고 이렇게 많은 차를 운전하는 사람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속으로는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떠오르는 노랬말 ”외톨이야, 외톨이야, 들입디 디리~리,,,,,” 진짜 외톨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단어 하나 “ JUDO” 어~ 쥬도! 주도는 일본어로 유로라는 단어인데. 그런데 쥬도 앞에 “어소시에션” 같은 단어가 있었다. 대략 짐작으로 쥬도 어소시에션이면 유도 도장이 있는 곳이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있는 영어 “F1 Hotel” 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기다. 점점 어두워지고, 거의 8시간 운전에 나도 피곤하고 아이들은 아직 저녁도 못 먹었다. 오늘 하루는 저기서 자자! 그리고는 차를 주차시켰다.
파리의 밤거리는 아름다웠지만 낯설고 긴장됐다.
호텔 안내 데스크에 가서 우리는 4명이고,,, (다행히 직원이 영어를 할 줄 알았다. 휴~~~)
그런데 호텔 안내데스크에 있는 직원의 눈이 다크서클이며 불량스러운 말투,,, 이런 기분은 마치 늦은 밤 주막을 찾아 헤매다가 만나는 무서운 주모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는 다시 4명 오늘 여기서 자려고 하는데,, 이러자 직원이 “4명 잘 방은 없어”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다. 직원은 방 2개를 잡고 2명이 한 방에서 자라는 것이었다.
이 늦은 밤에 나에게는 그다지 많은 옵션이나 선택할 권한이 없다. 나는 “네 잘 알겠습니다. 방만 주세요"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방 키 두 개를 받아서 짐을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고급 호텔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숙소였지만 오늘 우리 네 식구가 오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굳이 드라마에 비유를 하자면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만한 그런 분위기였다. 방 문을 열자 진짜 방 안에 침대 두 개밖에 없었다. 방 문이라는 단어보다는 상자 뚜껑이 더 어울릴 단어 같다. 아~ 내가 못 알아듣는 TV 도 있긴 했다. 방에 침대 두 개, TV 하나가 전부다.
그러면 화장실, 샤워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런 젠장, 공동 화장실에, 공동 샤워실이었다. 게다가 남, 녀 구별 없이 같이 사용하는 아주 오픈 마인드를 가진 공간 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저러나, 호텔은 더구나 선불이었다. 아~진짜 어떻게 골라도 이런 호텔을 골랐지? 나 자신이 미웠다.
바로 그때 칼 날 같이 날아오는 또 한마디 “아빠, 우리 오늘 여기서 자요?” 아이들이 물었다. 나는 응! 여기는 유스호스텔 같은 곳인데 많은 여러 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하면서 서로 정보 교환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게다가 호텔 비용도 저렴해서 많은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유스 호스텔이야 라고 점점 더 뻔뻔해졌다.
전에 좀처럼 경험해보진 상황이라서 와이프하고 딸내미가 샤워를 하고 화장실을 갈 때마다 영국 왕실의 근위병처럼 보초를 서어야만 했다.
아니, 그건 그렇고 아무리 파리라고 해도 너무 하잖아. 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고,,, 이게 오늘 내 복이구나! 하면서 정말 피곤하기도 하고,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하루를 잤다.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게 아침에 눈을 뜨니 넓은 주차장에 벌써 차들이 꽉 차있었다.
어~~ 그런데 웬 차에 십자가가 저렇게 많지?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차가 아니고 공동묘지였다. 그 십자가들이 대서양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잠실 운동장 3개를 붙여놓은 듯한 넓이의 묘지 옆에 호텔을 지었던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 십자가 앞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것은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 떠올랐다. 우리가 이곳이 묘지 옆 호텔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여기서 잤을까?
어쨌든 간 나는 바로 창 문 블라인드를 내리고, 아이들을 슬슬 깨워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물었다. 아빠 어두운데 창 문 안 열어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밖에 차 사고가 나서 너희들이 보면 안 돼”라고,,,
정말 파리에 아침은 내가 지금 까지 보아왔던 아침과는 아주 아주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