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고양이였는데 결론은 물고기가 돼버렸다.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by 보르도대감

이제 20년 이상이 되어버린 이야기다.

예전에 캐나다에 살 때 시골 정육점을 가면 고기가 잔뜩 붙어있는 갈비뼈를 그냥 얻어오곤 했다.

마치 예전에 툰드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사슴뿔을 그냥 버리는 것을 보고, 한약재 장사하는 사람들이 거의 공짜로 녹용을 갖고 와서 한약방에 팔았다는 이야기와도 맥락이 비슷하다.

소고기 뼈는 국물을 우려내려고 삶는 것 이외에는 다른 특별한 요리 방법이 없다.

내가 처음 캐나다에 도착했었을 당시에는 식육점에 가서 소고기 뼈 있냐고 물어보면 '국물 내려고 하냐고?' 묻고 그렇다고 하면 냉장고 구석에 담겨 있는 포대자루 같은 데다가 살이 잔뜩 붙어있는 소고기 뼈를 그냥 가져가라고 주곤 했다. 물론 큰 마트에서는 팩이 되어있어서 공짜로 받아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시골 정육점은 그것이 가능했다.

덕분에 우리 식구는 떡국을 끓여도 소고기 국물, 미역국을 끓여도 소고기 국물,,, 이런 식으로 소고기 국물은 아무런 부담 없이 자주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동네에 알고 지내던 홍콩 사람은 생선을 좋아하는데 생선가게 가서 고양이 줄 거라고 공짜로 엄청 얻어온다는 것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대부분이 생선 머리는 먹지 않는다.

당연하겠지! '어두일미'라는 말이 없는데,,,ㅎㅎ

생선껍질도 안 먹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손질해달라고 할 때 머리와 내장 그리고 껍질은 빼고 달라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홍콩 친구는 생선가게에 가서 고양이 줄 거라고 공짜로 받아와서 요리를 해 먹곤 했다.


지금 여기 프랑스 그런 분위기이다.

당연히 미식의 국가답게 소고기 뼈를 그냥 주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생선의 머리와 내장은 손질을 해서 주기 때문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것을 공짜로 달라고 하기까지의 용기가 필요했다.


지난 목요일에는 갑자기 생선이 먹고 싶어서 생선가게에 갔다.

연어가 나올 철이면 연어 손질하고 남은 머리와 뱃살 그리고 내장 부분이 제법 되는데 지금은 연어 나올 철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마침, 고등어가 평소의 가격의 반도 안되게 파는 것이다.

'햐,, 요것 봐라' 오랜만에 등 푸른 생선 좀 사다가 구워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고등어 두 마리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머리는 잘라 달라고 했다. 사실 연어 정도의 크기라면 머리에 먹을게 조금은 붙어있는데 고등어는 머리에 살이 없어서 미련 없이 잘라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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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머리를 자르면서 속까지 비우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생선 내장탕이다. 그 어떤 음식보다도 생선 내장탕을 좋아하는데 요즘 한국에서 생선 내장탕 잘하는 곳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파는 곳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내가 직접탕을 끓일 것은 아니지만 오븐에 구이로 구을 때 내장도 같이 구머먹는데, 마트에서 손질하는 분이 머리를 자르면서 고등어 내장까지 다 버리는 것이다.

하,, 없어 보이게 여기 사람들 먹지 않는 내장을 달라기도 뻘쭘하고 해서 고등어 속을 비우는 것에 딴지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두 마리째 손질을 할 때는 갑자기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내장까지 다 내고 가져가는 것은 머리 자르고 내장 뺀 생선만 들고 가기가 아까웠다.


옛날 캐나다에서 알고 지내던 홍콩 친구의 멘트가 생각이 났다. 그래 나도 우리 집 고양이가 생선 내장을 좋아해서 그냥 내장을 달라고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고등어 손질을 하는 마트 직원에게 '저기요, 미안한데 내장은 내가 가져갈 수 있을까요? 우리 집 고~'까지 말을 하려고 하자, 마트 직원은 '이거 별로 안 좋아, 못 먹는데,,,'라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막는 것이다. 나는 다시 '아니, 우리 집 고~~'까지 또 내뱉었는데 직원은 '아,, 낚시 가려고?' 되묻는 것이다.

나는 고양이가 됐던 낚시가 됐던 생선 내장을 받아와서 구워 먹고 싶었다.

'네, 낚시 가려고요'라고 대답을 하자 마트 직원에 그날 버려졌던 모든 생선 내장을 나에게 싸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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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기 위해서 쓰레기통 같은 곳에 담겨있는 것까지 모두 꺼내서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낚시 가서 고기 많이 잡으라고' 덕담까지 해주었다.


시작은 고양이 준다고 거짓말해서 내가 먹으려고 했는데 결과는 내가 생선이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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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직원 덕분에 프랑스에서 오랜만에 생선 내장구이를 맛볼 수 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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