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대체 안전한 곳은 어디죠?

나는 세계일주로 돈을 보았다. 코너 우드먼, 홍선영지음, 갤리온.

by 이일영



근래 2~3년 동안 해외로 자주 나갔었다.

방랑벽이 생긴 건지 뒤늦게 바람이 난 건지 한국은 너무 답답했고, 여행지에서의 자유로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2~3일 정도 휴가만 낸다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동남아를 많이 갔었고 갈 때마다 조심하고 준비하기는 했지만 크고 작은 사기들을 당하기도 했다. 사소한 손해를 좀 보긴 했지만 여행지에서 경험이고 짧은 휴가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물로 경찰서를 찾는 다던가 대사관을 가야 한다던가 하는 큰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는 않았었는데, 이 책을 보고 든 생각은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방 천지, 어느 곳이든 범죄의 온상이고, 유명한 관광지일수록 그들의 행동은 더 대범하고 극악무도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술에 약을 타고, 바가지 택시비를 요구하는가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훔쳐간 아이폰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중고폰으로 거래된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귀여운 범죄라고 생각될 만큼 무시무시한 일들이 세계 곳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간의 여행 경험으로 택시 사기는 이골이 나서 나는 아주 힘들지 않는다면 해외에서 택시보다는 대중교통 - 지하철이나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런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택시 사기는 아주 흥미로웠다. 특히 저자가 소개한 인도의 사기 스케일은 그들의 땅덩어리만큼이나 어마 무시하게 장엄했다. 마을 하나가 다 나와서 외국인 한 사람 등쳐먹겠다고 춤을 추는 광경이라니...


근래에 가장 가고 싶었던 스페인은 소매치기의 성지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서 전 세계의 범죄자들이 모인다고 한다. 예전에는 근처의 다른 국가들에서 범죄자들이 넘어왔다면 근래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실업률 때문에 스페인의 젊은이들도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하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싶더라.


본인이 살고 있는 영국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본인의 옆동네에서 만연하게 범죄가 이루어지고, 부모님의 동네에서 대마초를 재배해 파는 범죄자를 만나고, 동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몸을 팔고 있는 여자들을 만나면서 최고의 정점에 달한다. 결코 안전한 곳은 없었다. 유럽을 여행하는 아시아 인들은 대부분 본인들의 나라처럼 유럽도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경계심이 적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세 곳은 도쿄, 싱가포르, 오사카라고 한다. 유럽 사람들은 본인들의 나라라고 하더라도 아주 조심성 있게 다닌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여행지에서 얼마나 운이 좋았던가 순간 감사했다.

어느 한 곳. 어느 나라도 안전한 곳이 없었다. 범죄 대상은 여행자들이었고 그중 가장 수월하게 속아 넘길 수 있는 인종이 아시아 인들이었던 것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더는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졌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내 나라, 우리 동네, 내 집이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 흔히들 하는 말처럼 이불 밖은 정말로 위험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범죄도 다른 일과 마찬가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p298


이 거대 범죄 기업은 전 세계 어디에서 뻗어 있고 매일매일 피해자를 만들어 부를 쌓고 있다.

그 희생양이 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조심해야 한다.

p299



배낭에 지갑 또는 여권을 넣지 말라

배낭 지퍼를 가운데에 두지 말고 한쪽 끝으로 밀어 두라

야외에서 식사를 할 때는 의자 위에 가방이나 외투를 걸쳐놓지 말라

술잔을 두고 자리를 비우지 말라. 만일 그랬다면 새로 술을 주문하라

어두워진 뒤에는 가급적 ATM을 찾지 말라. 특히 밤 11시에서 자정 사이에는 절대 가지 말라

밤에 택시를 탈 때는 반드시 운전자 면허가 기사의 것이 맞는지 확인하라

거리에서든 다른 곳에서든 불법 도박은 절대 하지 마라

카페나 술집에서 휴대폰을 테이블에 놔두지 말라

잘 알지 못하면 값비싼 기념품은 사지 말라

영화배우가 되고 싶으면 에이전트를 만나라

p300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은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p301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범죄자들은 본인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죄의식이 별로 없다는 부분이었다.

그들도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오히려 한가족이 모두 도둑질로 먹고사는 가족도 있었고 대마초를 재배해서 파는 것만으로 1년에 10억 이상 버는 지하경제의 우두머리도 있었다.

매일매일 성실하게 노동해서 먹고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금액의 돈을 앉은자리에서 협박과 회유로 벌어들이는 그들. 내가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 한심하게도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다못해 대마초만 재매해서 팔아도 한 달에 천만 원을 번다는데, 이렇게 정직한 경제가 꽁꽁 얼어붙은 사이에 지하경제는 활성화되지 못해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 안 먹고 안 쓰는 사이 우리 지하경제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아주 손쉽게 벌어들이고 있단 것.


양심의 가책을 잃어버린 그들의 직업은 아주 수익성이 좋은 사업인 것이다.

순간 혹, 했으나 평범한 우리들은 절대 가까이 갈 수도 없는 지하세계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데, 과연 이것을 하나의 경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매 선거철마다 나오는 공약처럼 정치인들이 이것을 뿌리 뽑아주길 기다려야 하는 건지.

내 결론은 전자였다.

나와 다른 세계, 내가 발 담그고 있는 곳과는 다름 경제임을 인식하고 그저 내가 조심하는 것뿐.


당분간은 이불 밖으로 나서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