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사회를 읽다.

대리사회, 김민섭, 와이즈베리.20161223

by 이일영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라는 책으로 등장한 저자의 신작이었다.

이전 책을 집필했던 것 때문에 적을 두었던 대학에서 나오고 그 후 사회에서 격은 일들에 대한 르포르타주 형식의 책이다.

저자는 대리기사를 하면서 사회의 이면을 보고자 했다. 물론 가족의 생계와 더불어.


어느 모임이나 회사, 사회 든 그 나름의 법칙과 질서가 있다.

예전 309동 1201호였던 저자는 대리운전을 하게 되면서 그들의 법칙을 배우느라 곤혹을 치뤘다. 그들이 쓰는 단어부터 업무의 진행상황까지. 대리운전이라는 특수한 업종상 일반 기업에서 존재하는 사수가 있을리 만무했고 ,그는 직접 몸으로 경험으로 그것을 배워야 했다.


그의 경험은 사유가 되고 인문학이 되고 어느 때는 강의가 되기도 다. 그래서 인지 사회가 더 큰 배움터라는 그의 글은 이전 작을 읽을 때와는 달리 어쩐지 불편했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불합리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 같아서.

그가 경험했던 대학은 그랬을 수도 있다. 대학원생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계약직으로 대학을 운영하면서 대학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철처히 배타적인, 그리고 소수의 권력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사회일 수도 있겠으나. 아직 그 곳에 있는 남은 많은 사람들의 상황을 극단적으로만 보게 만든다.

그의 시각으로 보는 대학의 면모는, 그러니까 아주 배타적이고 이기적이고 못되먹은. 고집쟁이 막내딸을 보는 것 같았다.


전작에서 나는 그를 지지했다.

그의 감성과 논리와 그의 철학에 공감했고, 대학이라는 곳의 불합리성을 공감했다.

그런데 그의 계속되는 대학에 대한 공격아닌 공격을 읽고 있자니, 대학이란 곳이 이런곳만은 아닌데, 꼭 이렇게 까지 등을 돌려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든다. 그가 받은 상처들, 그의 생계를 책임져 주지 않은 대학 당국에 대한 서운함은 동감하겠으나 이렇게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은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이런 마음이 드는건.

그의 전작이 출간된 이후로 SNS에서 오고갔던 그의 지인들이나 대학원생들의 반론에 대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글로 그의 상황만 보았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를 지지할 수 있었던 것다. 그와 함께, 아니 현재도 대학에 몸담고 있는 그들의 반론을 보고 나서야..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나에게 서운하게 한 상대에게는 미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권력을 기반으로 한 폭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박사학위논문, 교수자리 등 대학원생들은 기본적으로 담당교수에게 삶을 저당잡힐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그의 글이 이제와서 너무 하다 싶은 것은 주위 사람들이 폭로한 그의 생활기반이 살만했었더라 라는 의견일 수도 있겠다. 속사정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 그가 정규직이 아닌 글을 써서 먹고 살게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결국 그의 글로 그는 대학을 나오게 되었고, 이렇게 살게 된 것도 그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


대리 사회.

그가 겪은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대리인간일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나는 나의 삶안에서는 내가 바로 주체고 주인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어느 곳에서나 대리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나에게 만큼은 나 스스로의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내가 주체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작품이 형편없다거나 말도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문장은 잘 읽혔고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도 많았다. 그렇지만 읽어내는 동안, 어리광이 심하네.. 라는 생각은 지울수가 없었다.

이번 작품은 실망스러웠지만, 나는 김민섭의 다음 작품도 찾아 읽을 것이다.

불편했지만, 그가 속했던 사회의, 또 내가 속했던 대학이라는 곳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문맥들을 곱씹어 보고자 한다. 과연 내가 다녔던 상아탑이라는 대학이 그렇게 형편없던 곳이었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