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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Dec 23. 2015

눈 밑 이 퍼 렇 다

사축일기.  강백수.  자음과모음

나는 회사에  그리 열정을 바치는 편은 아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업무를 특별히 잘하지도 뛰어나게 하지도 않는 성실한 근무자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하루 종일 피곤하고

 그런데도 일주일 중 월요일이 제일 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밑의 다크서클은 하루다 다르게 퍼렇게 멍들어가고 있다.

 

 강백수는 5년 전의 소원이 출근이었다고 했다.

나의  12년 전  소원은 내 책상이 있는.  파티션이 쳐진 공간으로 출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글에 나오는 누군가처럼.  출근하지 않는 것이 소원이 되었다.  

 횟수로 12년의 직장생활 동안,  나는 회사를 옮기던  시점. 딱 두 달 반, 2개월 하고 보름 동안만 소속 없이 지냈다.  그러니까 무려 12년 동안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머리 감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것이다.

나란 인간.  징하게 성실하다.  그 시간 동안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제외하고는 지각도 조퇴도. 결근도 없었다.  그저 꾸역꾸역 출근해서 성실한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그 성실함이 흔들린다.  12년의 직장생활에서 내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때문일 수도.  회사를 나가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겁이 나 

회사 때려치우고 저거나 해볼까

리스트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오늘 안 사실, 그러한 이유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사람이  나 말고도 몇 명이나 있다는 것

그런데 솔직히 겁이 나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 지보다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어디 다니는 사람인지를 더  궁금해해

사실 나도 어디 가서 '어디 어디 다니는 누구입니다'라고 밖에  자기소개를 해본 적이 없지

 명함에서 회사 로고를 지우고

부서명을 지우고, 회사 주소와 전화번호를 지우고

내 이름 석자와 휴대폰 번호만 덩그러니 남아 버린다면

그때에도 나라는 인간이 여전히 가치 있는 인간 일수 있을까 

그게 겁이 나  



 이런 거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고민하고 공감하는 글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가령 


야근보다

박봉보다

주말 근무보다

회식보다

접대보다

더 회사에 다니기 싫은 순간은


이 회사에는 도저희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문득 깨달을 때


와 같은 문구라던가


우리 회사의 7대 불가사의

1. 월급이 적을수록 업무량이 많다.

2. 일을 빨리하면 퇴근이 늦어진다

3. 일을 못하면 회사 생활이 편하다

4. 일을 너무 잘하면 욕을 먹는다

5.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쟤가 입사를 했다.

6. 저 인간이 팀장이고

7. 저 인간이 부장이다.


와 같은 것들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주옥같은 문구들이다. 

그런데. 

그러서 뭐, 어쩌자고 의 태도로 읽다 보면 그저 공감만 될 뿐. 

한번 읽고 공감하고  또다시 좌절하게 된다 

그래 봐야 나는 회사의 부속품이구나 하는 씁쓸한 감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면서...


유독 내가 가엽게 느껴지는 날.

공감이 필요한 날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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