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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Sep 09. 2020

코로나-19 시대에 산다는 것

역병의 한가운데


 운동을 시작한 30대 초반부터는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 흔한 감기도 연중행사로 치렀고 매년 봄이면 찾아오던 알레르기 증상도 확연히 완화되어 몸이 불편한 상황은 거의 없었다. 채소 과일을 즐겨먹는 식습관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운동도 조금 게을러지고 레토르트 식품이나 과자 같은 부식들을 즐기게 됐다. 면역력과 건강이 염려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쯤은 괜찮아하는 안일한 마음이 들었던 것.  그런데 어제 오후에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이렇게 두통이 심한 적이 있었나 싶게 온 머리가 지끈거리고 망치로 계속 뇌를 찍어 내리는 느낌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도 없어 힘든 오후였다.

 크게 아픈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 가능하면 약은 잘 먹지 않았다. 그런데 이 두통이 퇴근시간까지 꾹 참고 어찌어찌 견뎌서 집에 왔는데도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는 통에 결국 약을 찾았다. 상비약이라고 해봐야 파스와 타이레놀이 전부인 비루한 약상자에서 진통제 한알을 꺼내먹고 자리에 누웠다.


요근래 운동을 게을리하고 나쁜음식들을 먹어서 그런가 싶다가 덜컥 지금 이거 코로나 증세인가 하는 두려움이 덮쳐왔다. 두통으로 고개를 들기도 힘든 지경이었으나 코로나 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검색을 시작했다. 코로나 증상. 코로나 초기.  코로나 두통. 연관검색어로 뜨는 모든 것까지 읽고 나서야 조금은 안심했는데. 일단 나는 근육통이 없었고 두통이 있기는 했지만 후각과 미각은 살아있었다. 다행이다 싶지만 또 혹시 모른다는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나 때문에 가족들이 걸릴 수도, 직장  동료들이 걸릴 수도 있는 불치병(백신이 없는 현재까지는)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불과 작년 겨울만 하더라도 그냥 몸살 증상이 오는 건가 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인데 우리는 지금 역병의 한가운데 서서 그 바이러스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보니 작은 몸의 변화에도 예민함이 스며든다.


 진통제를 먹었으니 그저 푹 쉬고 한 끼 정도 건너뛰는 것만으로도 두통은 점점 가라앉을 텐데 반기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무한 걱정의 루프가 켜진 것이다. 그저 두통도 두통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지금의 시대가 언제 끝날 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백신이 나온다한들 마음 놓고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


 어서 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이 두통도 이제 그만 사라져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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