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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Sep 16. 2020

내 이름 부르지 마세요.

남의 이름도 묻지 마세요.


간혹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에 다짜고짜 내 이름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이름을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도 대뜸 날 찾는 사람들.

물론 내 이름과 연락처는 업무 담당자로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으니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아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은 일이다만. 나는 이런 전화가 아주 불쾌하다.

 

 날 알지도 못하면서 왜 대뜸 이름을 부르는 것일까? 오늘 오전에 걸려온 전화는 대뜸 이름을 내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대였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어서 내 업무가 아니니 다른 팀으로 돌려주겠다 했더니 그럼 그쪽 담당자 이름을 알려달라고 한다.

 담당 팀으로 돌려드릴 테니 그쪽 팀과 통화하시고 담당자 안내받으시라 했는데 이름을 모르는데 어떻게 통화를 하냐면서 나를 몰상식한 사람을 만드는 상대.


  내가 모르는 누군가 내 이름을 아는 것도, 또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르쳐주는 것도 싫다.

 그러니 나에게 전화해서 이름을 묻지 마시라.

 제발 무례하게 이름을 부르고 가르치려 들지 말고 내가 당신에게 그러는 것처럼 공손하고 예의 바른 언어로 대답해 주 바란다.


 도대체 왜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거래처라면 당연히 서로 통성명을 하고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겠지만 일회성의 문의를 하면서 왜 내 이름을 알고자 하고 담당자를 알고자 하는지 나는 잘 이해할 수 없다. 문제가 생겨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경우라면 담당자의 이름을 물어야겠지만, 일회성의 문의임에도 굳이 나를 찾고 담당이 정해지지도 않은 다른 팀의 누군가의 이름을 내놓으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게 상식인지 모르겠다.

 나를 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성향 상의 문제인 것일 수도 있으나 나를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나를 찾는 상황, 사절이다.


 제발 내 이름 부르지 마시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도 하지 마세요.


오전에 이 전화를 받고 오전 내내 전화선을 뽑아두었다. 물론 윗분들이 아시면 거품 물고 화내실 일이겠지만  빈번하게 전화 문의가 오지 않는 일을 하고 있어서 크게 영향이 있지 않다.  그리고 오전 한나절뿐이었으니 소심한 나의 스트레스 해소였다고 변명해본다.  전화 포비아가 있다는데 나는 아무래도 이름 포비아인 것 같다. 전화받는 게 힘들지는 않은데 내 이름을 묻는 상대방이 너무 싫어 두드러기가 난다. 물론 이 포비아는 회사 내에서만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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