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한 시간쯤 걸리는 거리를 갈아타고 걸어가고 하는 순간 동안 내 손은 거의 휴대폰에 붙어있다시피 하면서 타자를 치는데 그런 글들이 모두 브런치에 담겨있다.
당연히 백업 파일이란 건 없다.
브런치는 글쓰기에 아주 최적화된 플랫폼이라서 쓰고 편집하고 검수하고 발행하면 끝이다.
그러니까 여기에 내 원고가 모두 들어있는 격인데.
오늘 퇴근길에 한 꼭지를 쓰고 발행을 했다.
그리고 내 매거진에 잘 올라갔는지를 보고 그동안 올린 글들을 훑어보다 보니 동일한 글이 두 번 등록되어 있는 게 보이길래. 혹시 내가 두 번 발행했나 싶어.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한 편을 삭제했는데
세상에. 이런!
중복으로 게재되었던 내 글 두 편이 사라졌다.
분명 한 꼭지만 삭제했는데 두 편이 올라간 것으로 보였는데 실제는 한 꼭 지였던 것인지. 내 소중한 글 한편이 사라졌다.
함께 입주했던 이웃이 이사를 가면서 느꼈던 감정을 적은 글이었는데 클릭 몇 번으로 글이 사라졌다. 부랴부랴 고객센터를 검색해봤는데 어디에도 브런치팀 고객센터를 찾을 수가 없다.
내 글은 복구할 수 없는 것인가? 분명 어딘가에 히스토리가 남아있을 텐데. 애가 탔다.
내 것. 내 감정이. 이렇게 클릭 몇 번으로 사라지다니 이건 분명 브런치의 잘못이다. 중복된 글처럼 보여줬으니 그것이 오류였다면 다시 오류를 만들어 내 원고를 돌려줬으면 좋겠다.
백업 따위는 해두지 않은 내 잘못이고. 손가락을 잘못 놀린 내 실수지만. 애당초 중복된 원고로 보여줬으니 브런치에 원인제공이 있다. 아주 좋아하는 플랫폼인데. 어떻게 이런 오류로 나의 원고를 없애버린 것인지.
애가 탄다.
애가 타.
결국, 사라진 원고는 되돌리지 못했고 중복등재의 오류 역시 내 휴대폰의 문제라는 두리뭉실한 결론이 내려졌다. 한번 삭제한 글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중복게재로 보이더라도 절대 삭제하지 말고 원고는 반드시 백업해놓길. 이번 해프닝으로 또 배운다. 플랫폼만 믿은 나의 불찰이 소중한 원고를 하나 날리고 또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