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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Nov 04. 2020

결국 권고사직이다

3번째의 권고사직

 처음 권고사직 통보를 하는 것은 시간제 아르바이트였다. 회사가 어려워졌으니 너희들 중에  반은 퇴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너무 두렵고 어려워서 몇 날을 잠 못 이루고 울면서 보냈었다. 그렇게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내보내고 한동안 남은 직원들에게도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무거운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내보내고 1년쯤 지났을까.

 다시 아르바이트를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두 번째 권고사직 통보였다. 처음 했으니 두 번째는 수월할 거라는 상사의 농담에 전혀 웃을 수가 없었다. 농담이라고 하는 말인가. 웃고 있는 그 사람 입을 꿰매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다시 잠 못 드는 날들을 보내고 나는 또 어렵게 그들을 내보냈다.


  그리고 오늘. 세 번째 권고사직을 통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상은 정직원이었다. 그동안 시급제 아르바이트가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정직원에게도 칼이 들어왔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급여가 밀리고 사모펀드회사가 붙으면서 매각을 하니 합병을 하니 하는 소식이 들려도 정직원에 대한 권고사직이 이렇게 크게 시행되지는 않았었다. 불안을 느낀 직원들의 퇴사는 있었으나 회사차원의 사직 권고는 충격이었다. 각 본부의 본부장들을 비롯해 각 파트에서 1~2명의 직원들이  권고사직 대상이었다. 이 회사에서 평생 승승장구하며 잘 먹고 잘 살 것 같던 본부장도 권고사직의 대상이 되었다. 증오하고 미워했던 사람이다. 항상 내가 본부장보다 먼저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의 가는 길을 배웅해주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팀에도 내려온 감원의 지시. 누군가는 나가야 한다. 사람이 줄지만 일은 줄지 않을 테니 가능하면 선임들이 남는 게 낫지 않겠냐며 다른 팀은 선임들, 가정이 있는 가장들이 남고 막내들을 내보내기로 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주었다. 이미 결정해서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는 척하는 소식. 한편으로는 정해줘서 다행이다 싶으면서 팀원의 얼굴이 생각났다. 왜 자꾸만 이런 어려운 말들을 전해야 하는 것인지. 직원들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회사는 계속 어려워지는 것인지. 이런 일들이 과연 중국이 가져온 바이러스  코로나 19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억울하고 불편한 기분에 한동안 말은 잇지 못했다.

  이미 결정 난 사항이고 다른 팀들은 권고사직 대상자에게 통보까지 마친 상태라고 했다. 우리가 제일 늦게 결정이 난 것인지 아니면 전달이 늦었던 것인지. 더 늦기 전에 당장 오늘 대상자에게 통보하라고 재촉했다.

  누군가의 밥줄을 끊는 일을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당장 오늘. 이번 달안에 처리해버리라는 무자비한 투자회사의 칼날이 무시무시했다. 숫자놀음으로 회사를 주무르고 좀 더 많은 이익을 챙겨서 팔기 위해 인격은 모른 척한다.

 

 누구나 본인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을 한다. 일에 큰 의미부여하지 말자고 일은 일일 뿐이라고 매일 다짐했지만 나는 일이 좋고 회사가 좋았다. 이렇게 누군가의 생계를 무자비하게 끊는 일을 하는 것도 살아내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믿고 싶다. 그들의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나는 내일 세 번째 권고사직 통보를 해야 한다.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직원에게  회사가 어렵게 되어 감원이 결정되었다. 그 대상이 바로 너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 이전에는 며칠의 고뇌와 눈물 이후에 해야 했던 말인데 이번에는 당장 내일이다.

두려움에 차마  눈물도 나지 않는다.

우리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없다. 시기의 차이일 뿐. 분명 우리에게도 다가올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만든 회사가 싫다. 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이런 고난까지 안겨주는 것인가. 경영은 그들의 몫이었고  우리는 회사가 잘 굴러가도록 일했을 뿐인데.


 코로나가 불러들인 나비효과가 내 삶까지 흔들고 있다. 마음이 무겁다는 상투적인 표현조차 입 밖에 내지 못할 만큼 속이 시끄럽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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