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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Nov 17. 2020

듣고 싶지 않은 말들

너의 슬픔이 자꾸 나를 끌어당겨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고 세치 혀로 사람도 죽인다고 했다. 말의 힘이 크다는 속담들.


 유독 친하게 지내는 인연들 중에 거의 매일. 매 순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기운은 전염되기 마련인데 나처럼 상대방의 기운에 크게 좌우되는 사람은 참 힘들다. 상대방은 쉽게 내뱉은 짜증 나. 우울해 같은 말들 때문에 좋았던 내 기분이 엉망이 되기도 하고 그들의 기운이 자꾸 나에게 넘어와서 상대방보다 내가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만 듣고 싶다.


너의 힘든 얘기. 너의 해결되지 않은 상황들, 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한 말들은 제발 나에게 하지 말아 주어. 나는 해결해 줄 수가 없는데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힘들다고 울면서 말하는 상대방을 보면 나는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위로의 방법은 더욱 모르겠고 내가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는 힘이 된다는데 그걸 들어주고 있는 나는 점점 더 그 침울함에 잠식되어간다. 나 밖에 말할 사람이 없다면서 쏟아내는 사람에게 제발 그만하라고 말할 수도 없고 묵묵히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 힘들다고 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꺼리게 된다. 변하지 않으면서 불만을 쏟아내고 힘들다고 우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것도 해주고 싶은 것도. 무엇보다 그 기운을 받아오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가족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안 만날 수 없으니 그저 묵묵히 듣고 그 기운까지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가족이니까.

 슬며시 이제 그만 하라고 말이라도 돌릴라치면 이런 것도 말하지 못하냐며 성을 내고 또 울고 화를 내고. 그러면 나는 또 그걸 달래고 눈치 보고 그 어두운 기분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그렇게 본인의 힘듦과 고단함을 내게 쏟아내고 스스로는 홀가분해지겠지만. 나는 점점 그 사람에게 마음을 거두게 된다.


한 친구는 내게 '너는 네 얘기를 진짜 안 해. 친구라면 사소한 것들도 나누고 얘길 해야지 '라고 나무라기도 했는데. 나는 나의 어두운 기운이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것이 싫어  우울한 말이나 고민 같은 것들은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듣기 싫으니 나 또한 말하고 싶지 않은 것뿐인데 그 모습이 냉정해 보였던 것 같다.


 앞으로도 난 이런 말들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상대방의 힘듦을 전염받기도 싫고 내 부정적인 기운을 나눠주기도 싫으니.


그러니 너도 나에게 너의 슬픔을 전염시키지 말아 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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