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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Dec 06. 2020

악몽을 꿨다.

출근할 곳이 없는 두려움


 악몽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갈 곳이 없었다. 분명 출근시간이었는데 갈 곳이 없어서 혼란스러운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상황이 전환된 어느 순간에는 사무실이었는데 나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악다구니를 쓰면서 울고 있었다.

부도난 회사의 남아있는 직원들 모습이었다.


이번 달에도 급여는 언제 지급할 수 있을지 약속을 못하겠다는 공지가 나왔다. 의사결정을 해주어야 할 임원급 본부장들이 모두 해고되는 달이다. 일상적인 업무들은 진행되고 있으나 회생을 위한 노력들은 모두 멈춘 상태다. 사모펀드에서 파견된 두 사람은 숫자놀음만 하면서 회사를 팔기 좋게 만들고 있지만. 그 모습이 빛 좋은 개살구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무리 곱게 단장해두어도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지금 누가 사겠다고 덤비겠는가. 아직도 코로나는 코앞에서 알짱거리는데 본부장이 퇴직을 앞두고 동료로 일하던 사람이 팀장으로 지목되었다. 어떤 인수인계도 보고체계도 변경된다는 공유 없이 계속 카더라 통신들만 듣고 있는 지금  일할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악몽을 불러들인다.


잠을 못 잔지는 꽤 여러 날이 되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푹 잠들지 못했고 작은 부스럼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서 깨기를 여러 날. 스트레스로 폭식이 다시 시작되고 그에 따라 식도염이 다시 도질 기미가 보인다. 매일매일 루틴을 따르며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조금씩 패턴이 무너져가는 걸 느끼고 있다.  꽤 단단한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고작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다니.

 함께 있는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나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악다구니를 쓰고 나서는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지만 제어할 수가 없다. 너무 미안해서 말수가 적어지고 오히려 눈 맞추는 일을 피하게 된다. 나의 스트레스를 내가 관리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쏟아내는 일. 내가 가장 증오해마지 않는 행동이었는데 그 행동을 내가 하고 있다. 알면서도 멈춰지지 않는 요즘.


  불안함이 나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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