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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Jan 20. 2016

난.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

여장남자와 살인자. 클로에 크뤼쇼데. 김희진 옮김.  미메시스

때는 1차 세계대전이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고,  전쟁으로 둘은 헤어져야 했다. 전장에서부터 도망쳐 온 남자는  그녀와  재회했으나 도망자 신세였다.

잡히지 않기 위해 그는 여자로 살기로 했다.


영화 같은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한다.

전쟁이 한참이던  그 때.  남자는 징집되고 여자는 그를 기다리며 생활하고 있었다.  전쟁 기간의 어느 여성들이 그러하듯이.  

 어느 날,  전쟁터에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 탈영병이 되어 있었다. 그를 사랑했던 그녀는 여자로 살아가야하는 그를 돕는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도 60여 년 전에는 곳처에 헤어진 연인과 탈영해서  숨어 사는 군인들이 있었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그 전장에서의 기억 때문에 탈영한 그들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여장남자와 살인자.  에 등장하는 그도 그랬다.

살인과 총성. 명분 없는 싸움에서 도망치고자 스스로를 해하고 연인의 곁으로 돌아왔지만.  갇혀지내야 하는 지금도 쉽지는 않았던 게다.

 그러다 남자가 아닌 여자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고 그녀는 폴에서 쉬잔으로의 생활을 시작한다.  살기 위해 시작한 여장이 살고 싶은 여자가 되어버린 것은 순간이었다.  연인이었던 그녀와 친구가 되고, 참석해서는 안 될 밤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그는 점점 여성성을 탐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마찰이 생긴다.

 그가 좋아했던 밤의 모임에서 그 남자이자 그녀인 폴과 쉬잔은 여왕으로 군림한다.  쾌락에 빠져 직장에도 나가지 않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그를 그의 연인은 떠나려 하지만  그에게  발각되고...

 탈영하면서 가져왔던 자신의 권총으로 쉬잔이자 폴이었던 그는  연인를 떠나게 된다.  아니 그의 연인은 그를 떠나보냈다.

 


죽음이란 구역질 나는 거야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더러운 거짓말쟁이들이야.  p155-156



살고자 하는 본능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

위기에 빠졌을 때는 그 본능이 더 충만해지리라.

전쟁에서 피해 온 그는.  오히려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정체성을 바꾸고 일상을 살다가도 밤이 되어 두 정체성 사이를 오고 가면서 즐겼을 쾌락에 점점 빠져들었던 것은 그의 탓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시대가.  환경이.  우연히  그곳에 있던 변태적 모임이 그를 이끌었을 테니까.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사건은 실화라고 했다.

그를 총살했던 연인의 재판에서 사용했던 사진이 바로 이것이다.

얼핏 보면 덩치 좋은 여자 같지 결코 남자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지만 여성성을 탐했다던 그는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았다.  죽어버렸으니 그의 진언은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저 변태 성욕자라고 치부해버리기에 그의 사진은 슬프다.

왜 이렇게 살아야 했는지.

무엇이 그를 이렇게 이끌고 간 것인지

폴과 쉬잔.  그녀의 연인.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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