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싶은 내 인생의 주도권.
시그널, 차수현
내가 이렇게 드라마를 좋아하게 될 줄은 이십 대의 나는 꿈에도 몰랐다.
매일 드라마를 챙겨보는 아줌마들을 한심하게 생각하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내가 드라마에 빠져 허우적 댄다. 게다가 이제는 내 소설이 드라마화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내 꿈이 드라마 작가로 전향한지도 오래고.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는 자타공인 믿고 보는 작가 노희경과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번접할 수 없는 이 두 사람 말고도 로맨스를 아주 잘 표현하는 김은숙 작가 작품도 좋아한다.
작가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노희경 작가의 작품은 인간미에 빠져들고
김은희 작가의 작품은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일상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더 이상 내게 없을 로맨스를 꿈꾸게 한다.
그리고 내가 그들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인물들은 바로 주체적인 여성들.
닮고 싫은 여성들이 그려진다는 것.
할 말 다하고 사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PD 주준영과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조선 최고 호텔의 주인이 된 쿠도 히나는 그야말로 내 롤모델. 두 인물 모두 흔들리지만 본인의 주관을 가지고 스스로의 삶을 나아간다.
매일 번뇌와 고뇌 속에서 괴로워하는 나와는 다르게 참 멋진 인물들.
시그널의 차수현은 말해 뭐해. 그냥 멋있다.
충족되지 않은 내 삶의 부족함 들을 드라마를 통해 투영하고 또 잘난 주인공들의 삶을 응원하면서 그들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왜 나는 저들처럼 살지 못할까. 허구의 인물들이라지만 꼭 내 옆에 있는 것 같은 그들. 그녀들을 만들어 낸 능력 있는 작가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내가 가진 재원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지금 당장 그럴 수 있는 것은 글 쓰는 일뿐이라는 것을 아주 오래전에 깨달았다.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런데 이렇게 잘난 작가들이 멋진 작품과 멋진 인물들을 그려내니 내 소박한 꿈에서 점점 멀어진다.
나는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내가 그려내는 인물들이 이들처럼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들이 내게 줬던 위로만큼 나도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항상 드는 생각은 일단 쓰자인데
나는 주목받는 멋진 글을 쓰고 싶은 것 같다.
잘난 글을 쓰고 싶으니 시작도 못한다.
그리고 잘난 그녀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질투를 한다.
한때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믿었는데
노력이 없는 질투는 그저 시기일 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