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일영 Jun 04. 2021

미스터 선샤인, 쿠도 히나

잡고 싶은 내 인생의 주도권.

그들이 사는 세상, 주준영

미스터 선샤인, 쿠도히나

시그널, 차수현


내가 이렇게 드라마를 좋아하게 될 줄은 이십 대의 나는 꿈에도 몰랐다. 

매일 드라마를 챙겨보는 아줌마들을 한심하게 생각하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내가 드라마에 빠져 허우적 댄다. 게다가 이제는 내 소설이 드라마화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내 꿈이 드라마 작가로 전향한지도 오래고.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는 자타공인 믿고 보는 작가 노희경과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번접할 수 없는 이 두 사람 말고도 로맨스를 아주 잘 표현하는 김은숙 작가 작품도 좋아한다. 

작가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노희경 작가의 작품은 인간미에 빠져들고 

김은희 작가의 작품은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일상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더 이상 내게 없을 로맨스를 꿈꾸게 한다. 

그리고 내가 그들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인물들은 바로 주체적인 여성들. 

닮고 싫은 여성들이 그려진다는 것.  


할 말 다하고 사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PD 주준영과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조선 최고 호텔의 주인이 된 쿠도 히나는 그야말로 내 롤모델. 두 인물 모두 흔들리지만 본인의 주관을 가지고 스스로의 삶을 나아간다. 

매일 번뇌와 고뇌 속에서 괴로워하는 나와는 다르게 참 멋진 인물들. 

시그널의 차수현은 말해 뭐해. 그냥 멋있다. 


충족되지 않은 내 삶의 부족함 들을 드라마를 통해 투영하고 또 잘난 주인공들의 삶을 응원하면서 그들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왜 나는 저들처럼 살지 못할까. 허구의 인물들이라지만 꼭 내 옆에 있는 것 같은 그들.  그녀들을 만들어 낸 능력 있는 작가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내가 가진 재원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지금 당장 그럴 수 있는 것은 글 쓰는 일뿐이라는 것을 아주 오래전에 깨달았다.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런데 이렇게 잘난 작가들이 멋진 작품과 멋진 인물들을 그려내니 내 소박한 꿈에서 점점 멀어진다. 

나는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내가 그려내는 인물들이 이들처럼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들이 내게 줬던 위로만큼 나도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항상 드는 생각은 일단 쓰자인데 

나는 주목받는 멋진 글을 쓰고 싶은 것 같다. 

잘난 글을 쓰고 싶으니 시작도 못한다. 


그리고 잘난 그녀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질투를 한다. 

한때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믿었는데 

노력이 없는 질투는 그저 시기일 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민하기 싫은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