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미스터 선샤인의 인물들 속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인물이 김희성이다.
부잣집 외동아들로 태어나 그야말로 금수저를 입에 물고 개화기에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오신 도련님인데
어려운 사람들의 노동을 갈취해 부를 얻은 조부와 부모님을 부끄러워하며 그 부로 인해 얻게 되는 이득을 고의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김희성이 좋아했던 것.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웃음, 농담, 그런 것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아름답지만 무용한 것들. 예술, 미술, 글, 음악, 꽃 같은 마음의 풍요로움을 선물하는 것들은 인생의 팍팍함 속에서는 어느새 그 모습을 감추기 마련인데 자꾸만 외로운 삶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에 이런 것들을 붙잡아야 할 것 같다.
수입이 끊긴 백수는 당장 재취업에 대한 걱정이 크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어지간히 직장을 다니고 나온 나이 많은 사무직 여직원은 사실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전문직도 아니고 특수 직업군도 아니다 보니 그야말로 어린 친구들과 경쟁해서 자리를 따내야 하는 실정인데 요즘 같은 불황에 쉽지 않은 일이다.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처럼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신입처럼 일 할 수 있는데 사회에서는 나이에 성별에 학력에 걸리는 것이 많은 실정이다.
아등바등해도 되지 않을 일이라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에 마음을 써보기로 했다.
그림을 보고 꽃을 보고 별을 그리고.
삶이 팍팍할지언정 마음만은 풍요롭게 만들자고.
그것들을 보는 순간만큼은 내 인생도 아름답기를 바라면서 지금부터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에 마음을 쏟아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