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일영 Feb 10. 2016

원초적 본능

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정영목 옮김,문학동네

저명한 노교수가 있다.

그는 한학기의 수업이 시작할 때, 여자아이를 고르고 학기가 끝난 후 자신의 집에서 종강파티를 겸하며 그 아이와의 잠자리를 꾀어낸다.

그렇게 만난 아이와의 연애, 혹은 몸친, 혹은 합의 된 강간과 같은 관계를 지속하면서 스스로의 포르노를 채워간다.

 

 그리고 섹스는 인간적인 본능이며

섹스보다 큰 힘은 없다고 한다.


서사가 있는 작품이었으나, 서사가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미국의 문화를 극적으로 잘 표현해 내는 작가이기에 이전 작들처럼 읽어내려가는게 쉽지 않았고,

섹스에 대한 그의 묘사나 문화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로서는 쉬 공감하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죽어가는 노 교수의 친구가 병상에서 하는 행동이란 것이.

부인에게 키스하고 옷을 벗기려 했다는 묘사는

아. 정말 못봐주겠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가 문화를 읽어서 작품에 녹아들게 하는 능력은 인정해야겠다.

그의 문화에 조금만 더 정통했더라면 이 작품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보여졌을 텐데.


필립 로스 에도 섹스에 관해 말하는 작가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지루하게 읽힌 작품은 처음이었다.

기본적으로 본성에 관한 작품들은 흥미를 유발하는데 야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참.  속도가 안 나더라.

그리고 읽는 내내 박범신 작가의 은교가 생각나기도 했고.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떤 것도,

어떤 것도 잠잠해지지 않는데,

이 사실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p51


섹스는 단순히 마찰과 얕은 재미가 아니야

섹스는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죽음을 잊지마. 절대 그걸 잊지마. 그래 섹스도 그 힘에 한계가 있어.

나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아주 잘 알아.

하지만 말해봐.

섹스보다 큰 힘이 어디 있어? p88


내 생각은 달라요

나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부숴버린다고.

완전했다가 금이 가 깨지는 거지요 p123



매거진의 이전글 허무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