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온 음식을 먹고 있는가?

식탁 위의 세상, 켈시 티머먼, 문희경 옮김,부키

by 이일영

캡슐 커피를 사고 싶어 꽤 오랫동안 인터넷을 살피고, 오프라인 매장도 여러번 방문했었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여러번 고민하는 습성 탓에 오랫동안 인터넷 검색만 하고 있었는데, 근래 지인의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놀고 있는 머신 기계를 보고 냉큼 집어왔다.

커피 맛에 아주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프렌치프레스라던지, 모카포트 라던지 하는 자잘한 커피 기구를 가지고 있고, 나름의 입맛도 있어서 던킨도너츠의 커피나 스타벅스의 커피는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구입하려던 캡슐커피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공짜니까 집어와서 당장 브랜드에 맞는 커피캡슐을 사왔다. 커피 컬렉션이 하나 더 늘어 뿌듯하기도 했고 겨우 주말에나 한번씩 만들어 먹는 커피지만 커피콩을 갈고 모카포트를 내리고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 것 같아 은근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이 왔다.

내 식탁위에 다국적 기업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커피는 콜롬바이산이고, 초콜렛은 서아프리카산이며, 바나나는 코스타리카산, 바닷가재는 니카라과산, 사과주스는 중국산이란다. 게다가 이렇게 생산해서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들의 생산자들은 제 값을 받지도 못하고, 위험 천만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적은 임금으로 이것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커피나 초콜릿의 생산에 대한 문제점은 여러 미디어에서 다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왜 하필이면 내가 커피머신을 가져온 날 이 책이 눈에 띈 것인지. 새로 들인 캡슐커피 머신으로 차분하게 커피 한잔 내려놓고 읽기 시작했지만, 한 챕터, 그러니까 첫 챕터인 커피편을 읽고 나니 차마 커피가 입에 들어가질 않더라.

내가 마시는 이 커피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 온 것인지도 모를 뿐더러, 가만히 앉아서 손짓 몇번으로 내려먹는 이 커피 한잔을 생산하는 수고로움을 알고 나니 이렇게 싼 가격에 먹어도 되나 싶은, 갖잖은 미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한 때는 공정무역 커피를 사 마시기도 했지만, 다국적기업의 제품보다 맛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가격도 비싼 것 같아 결국 시중의 일반 커피로 돌아왔다. 이건 초콜릿도 마찬가지 였는데, 공정무역 초콜렛은 비쌌고, 이미 다국적기업의 제품에 입맛이 길들여져버린 나에게는 좀 싱겁기도 했다. 그렇게 한 때 커피와 초콜릿의 생산 환경을 보고 공정무역으로 넘어갔던 구매는 다시 돌아왔고, 잊고 있었다. 문제의식 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먹은 것이 곧 내 몸이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르포 형식의 이 책은 먹거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하다. 읽는 동안 나는 스타벅스와 네스카페와 네스프레소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허쉬와 돌의 홈페이지도 찾아보았다. 그들의 마케팅 문구를 읽는 동안, 참 포장 잘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그 동안 왜 이런 문구에 한번도 의심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떠올랐고, 생각없이 먹고 살았구나 하는 후회가 들더라.

내가, 우리가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고, 초코렛을 먹고, 바나나를 먹었던가. 미국에 살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라서 아무래도 미국의 식생활에 필요한 음식으로 채워졌지만, 현재 나의 식생활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은 커피와 과일(대부분 사과와 바나나), 간식은 초콜릿, 특별한 날에는 비싼 랍스터라도 먹어볼까 하는 심상이 드는 삶이니까. 전통적으로 우리가 먹어 온 한식은 바쁜 아침 차려먹기도 힘들거니와. 좋아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채소반찬과 현미밥은 짓고,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걸려, 겨우 주말에나 한번씩 해 먹는 식사가 되었기 때문인다.

내가 어디에서 온 것을 먹고 있는지, 이것을 생산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유통업체의 배만 불려주면서 싼 음식을 비싸게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통찰과 의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인다.


나는 다시 생협으로 장을 보려고 한다.

한 때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생협을 이용했지만, 대형마트만큼 접근성이 좋지 않았고, 제철이 아닌 상품은 없기도 해서 유야무야 이용이 점점 줄었는데,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제는 다시 생협으로 돌아가 보고자 한다. 내 땅에서 나는 음식으로 조금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생산자에게 이윤이 돌아가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고 생활해 보자, 적어도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어디에서 누구의 손으로 지어 졌는지는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