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본질

이윤신의 그릇이야기. 문학동네. 2015. 5. 15

by 이일영




물건을 고를 때 실용의 목적만을 생각한다면 그저 철저하게 합리적인 관점으로 따지면 되나, 명품은 철학이 있고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만든 이의 영혼과 그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가 만났을 때 비로소 가치는 발휘되며, 그 전 상호 작용의 바탕에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아야 하는 것디아. - p90


책은 쌓아두고 들춰보고 만져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충족감을 느낀다.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과 그동안 궁금증조차 갖지 않았던 사실들을 지금도 끊임없이 알아가고 즐거워하는 중이다. 책 속에서 깨닫게 되는 타인에 대한 무지는 그간 내가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202


나는 이런 식이다. 금방 감동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또 금방 회복한다.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는 누가 말을 하든 귀담아듣는다. 집중을 해서 들어주니 나만 바라보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잘 웃어준다 ‘이건 별로인데’ 싶을 때조차 그 사람의 얼굴을 봐서라도 안 됐다는 생각에 깔깔거리고 웃는다, 그럼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묻난다. “재미있어?”라고



가끔 들여다보는 블로그에 이도 그릇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올라왔더랬다. 무슨 그릇을 작가까지 찾아가면서 사다 쓰나 싶으면서도 그 생김새를 찬찬히 뜯어보고 언젠가는 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 이도의 사장님. 이도를 만든 이윤신이라는 도예가가 쓴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서 몇 개의 지점과 레스토랑까지 갖춘 엄연히 그룹이 되어버린 그 이도의 이야기가축을 이루고 있는 에세이집. 이윤신이라는 도예가의 삶을 볼 수 있는 생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으나. 요즘 들어 베베꼬인 내가 읽어보니 그냥. 금수저 물고 태어나 예술한 작가가 부모 돈으로 멋지게 사는구나 싶더라. 에세이 전반을 아우르는 그녀의 이야기는 나는 사업가가 아니라 도예가이고 싶다. 였으나 내밀한 속사정이 점점 보이는 후반으로 갈수록 어머니가 남기신 사업체 (예전 가리봉동으로 불리던 패션타운에 세워진 백화점형 할인 매장이다. W몰이라고...)를 물려받아 경영하고. 돈 벌어서 도예 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녀가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녀의 능력이 다는 것도 아니다.


허나, 돈이 없으면 어찌 예술을 할 것이며, 그 예술이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고 누군가의 지원이 없었으면 어찌 전시를 열고, 공방을 열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그녀는 결혼 후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돈이 없으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게 가닿기나 한 말인가.

좋은 마음으로 책을 들었지만, 읽을수록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었다. 그래, 좋은 부모 만나서 금전적 지원받고, 공부만 했으니, 줄 곧 지원받으면서 예술 감각을 키웠으니 할 수 있었겠지. 아이도 제 손으로 안 키우고, 부모님이 다 해줬으니... 잘났다. 잘난 부모 밑에 잘난 자식이네. 싶더라.

꼬일 대로 꼬인 마음이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할 수 있는 그 재력이 부러웠다. 부모의 작은 사업체라더니 백화점급의 할인매장 사장이고 자기가 만든 그릇을 쓰고 싶어서 음식점을 여는 대장부. 이게 경제력이 없으면 될성 싶은 말인가. 게다가 핏덩어리를 놓고 유학 갔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 같은 모녀가 되었다는 것도. 그 애정은 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삐뚤어진 생각만 든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던가. 어느 곳에 있던 내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결정짓는다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녀의 삶이 부러워서 미치겠으면서 내가 변할 생각은 안 하고 그녀가 타고난 환경에 배알이 꼴려서는 삐죽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참 못나고 창피했지만, 그래도 부럽더라.

맘껏 해외출장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지만, 가정에 매이지 않은, 정말 신여성인 것만 같아서... 나는 아이도 없고,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항상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남편을 혼자 두고 여행을 가는 것도 눈치고, 시부모님의 행동 하나에도 눈치가 보이고, 친정도 마찬가지고, 전혀 자유롭지 않은 내 삶에 비해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갖은 것만 같아 부럽고 또 부러웠다. 좋은 사람들, 내 직업, 성공한 기업, 친구 같은 딸,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그녀의 삶이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게.

그녀의 이야기가 끝날 때쯤, 영국 드라마 <마이 메드 펫 다이어리>에서 나왔던 문구가 생각났다.


“자유롭고 젊으며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건 참 멋져”


나는 이제 젊은 것 같지도 고, 자유롭지도 않고, 모든 것으로부터 간섭받고 있는 것만 같은데, 그녀는 꼭 저 문구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끝나지 않은 젊음을 가진 것처럼.

-2015.8.7




이 책은 작년에 읽었던 책이다.

이번 주는 마지막까지 읽어 낸 책이 없어 서평 거리가 없기에 예전에 끄적여 놨던 서평들을 끄집어낸다.

매주 수요일 연재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던 마음이었는데, 어쩐지 다시 읽어보니 저 책을 읽던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내 마음이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부끄럽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하지만 변하지 않는 나란 사람.

참, 실망스럽다.

참, 못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