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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Jun 10. 2016

보이지 않는 눈

마시지사, 비페이위. 문현선옮김. 문학동네

 해외로 여행을 떠날 때면 일정에 꼭 마시지를 넣는다.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말이 통하지 않아서 더 좋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몸을 더듬으며 주무르는 그들은 어디가 안 좋은지 어떤 마사지가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쓸데 없는 대화가 필요없다. 



맹인들이 기세 등등하게 두 눈 멀쩡한 사람들의 사회로 들어설 때, 그들의 발아래에는 언제나 두 개의 주춧돌이 놓인다. 하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의 눈'이며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의 '빛나는 눈'이다. 맹인들은 이 돌들을 더듬으며 어렵사리 제 앞 길을 헤쳐나간다. p387



썩 마음에 남는 구절이 없었다. 

책을 읽고 있기는 하지만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할 수 있으려나 분명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자세한 묘사도 그렇고 번역본 이기는 하나 문장력도 그러하고 잘 읽히는 책이었는데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것은 내가 맹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려나. 

 중국의 한 마사지 샵 안에 있는 맹인 마사지사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의 사랑, 결혼, 이해관계, 꿈, 같은 그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가끔 여행길에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 

서비스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고 받는 것임에도 다른 사람의 노동력으로 나의 피로를 풀어낸다는 것이 어쩐지 개운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남의 몸을 주무르며 사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주로 해외의, 동남아에서 받는 마사지라서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의식적으로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언제나 마사지를 받는 것은 꺼림칙한 마음이었으나 받고 나면 몸은 개운했고 그래서 항상 마사지가 그립기도 했다. 

 

 일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맹인들의 환경이 이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는지도 모르겠다. 

 불편했고 안타까웠고 힘들었다. 

 한 문장 읽어내리는 게 지루할 만큼 어렵던 책이라서 그랬던 것인지. 

이러저러한 문학상을 많이 받은 책이라지만 나는 다시 펼쳐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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